청람김왕식17 달빛 고인 고향 ㅡ 시인 변희자 ■ 달빛 고인 고향 시인 변희자달빛이 내를 건너와풀잎에 내려앉는 숲길은빛 가냘픈 빛결 따라산새가 날개 다듬고숲 뜰에는 바람도소곤소곤 노래를 한다그곳 너른 푸른 들녘숲을 낀 돌담 아래가만히 귀 기울이면비단금침 스치는 꿈결아련하여라달빛보다 더 다정한고향 숨결이 흐르고 있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이 시는 단순한 고향의 풍경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움의 중심에 ‘임’이 있음을 조용히 밝혀내는 작품이다. 달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임을 향한 마음이 길을 건너와 닿는 정서적 매개로 작용한다.“달빛이 내를 건너와 / 풀잎에 내려앉는 숲길”은 그리운 이를 향한 감정이 고요히 퍼져가는 풍경화와도 같고, 마음이 가닿는 길목으로 읽힌다... 2025. 4. 19.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3 삼국지 2ㅡ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ㅡ여포와 동탁, 패륜의 끝제2ㅡ3회. 여포와 동탁, 패륜의 끝― 칼을 가르쳐준 자를 찌른 검후한 말 조정은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해 있었다. 십상시의 전횡으로 시작된 내부 붕괴는 황실의 권위를 무너뜨렸고, 동탁은 그 혼란을 틈타 낙양으로 진입해 정권을 장악한다. 그는 어린 황제 소제를 폐위시키고, 헌제를 새로 옹립함으로써 겉으로는 정통성을 확보했지만, 실제로는 무력을 앞세워 모든 권력을 휘둘렀다.동탁은 권신이자 무도한 독재자였다. 그가 명령하면 충신도, 원로도, 공경도 목숨을 보장받지 못했다. 백성들은 침묵했고, 조정은 칼과 불에 의해 통치되었다. 그런 동탁의 옆에는 한 사내가 있었다. 천하제일창 여포(呂布). 그가 동탁의 수하가 된 계기는 .. 2025. 4. 19. 잠든 트럭 위의 별빛 일기 ■ 잠든 트럭 위의 별빛 일기 자연인 안최호사월의 중턱을 넘긴 밤, 봄은 아직 오지 않은 듯하다. 별이 내려다보는 고요한 고속도로 한켠, 나는 트럭 위에서 잠을 청한다. 철판 위에 놓인 전기장판은 등에 온기를 전하지만, 얼굴은 바람에 씻기듯 시리다. 이불이 덮어주지 못하는 부위에는 계절의 이빨이 살짝씩 베어 문다. 트럭이라는 작은 세계는 오늘도 바퀴를 멈추고, 나의 하루도 그렇게 멈춰 선다.차내 온도는 영하 2도. 숫자는 차갑지만, 그 숫자 속엔 오늘 내가 벌어들인 노동의 체온이 배어 있다. 주차된 트럭은 마치 세상의 틈에 기댄 작은 배 같다. 고요한 밤바다에 닻을 내리고, 멀리서 오는 불빛은 등대처럼 나를 지켜본다.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일까. 어디에도 .. 2025. 4. 18. 천년의 잎 ㅡ 시인 소엽 박경숙 ■ 천년의 잎 시인 소엽 박경숙사위진 연기 자락산 그늘까지 번지던 날,차마 너의 안부를 묻지 못했다붉디붉은 침묵이지리산 골짝마다 스미는 동안너만은 살아 있기를그 바람조차 죄스러워 두 손 모았다한때,햇살 한 사발에 목욕하던 뽀얀 잎의 숨결대숲 바람과 눈 맞던 너를 잊은 적 없기에청명의 골짜기곡우의 빗물 한 줄기 머금은 너를 다시 만나니그윽한 향으로 품어 안는다그을린 숨결 너머에도 다시 피어나는 것이 찻잎이라면내 마음도 너처럼한나절 향기로 살아도 좋으리■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소엽 박경숙 시인은 고아高雅하다.시가 소엽을 닮았는지 소엽이 시를 닮았는지, 사람ㆍ시 모두 단아하다. 이번 시 또한 그러하다.한 송이 찻잎을 .. 2025. 4. 18.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2 삼국지 2ㅡ2■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제2ㅡ2회. 유비의 떠도는 인생, 백성의 길― 천하보다 사람을 먼저 품은 사내조조가 중원을 차지하고, 손 씨 가문이 강동에서 기반을 굳힐 즈음, 유비는 여전히 떠돌고 있었다. 황실의 후손이라는 혈통을 가졌지만, 실력과 기반은 부족했고, 세력도 미약했다. 그는 한동안 공손찬 밑에서 몸을 의탁했고, 또 어떤 때는 유표에게 기대며 형주 땅을 전전했다.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유비는 안주하지 못했다. 그의 정치적 능력은 조조나 손권에 비해 부족했지만, 사람을 품는 능력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그는 백성들과 함께 울고 웃었고, 전쟁이 나면 먼저 짐을 나르고, 마을이 무너지면 가장 늦게 떠났다. 백성들은 그를 '왕이 되지 않은 왕'이라 불렀다.유비의 삶은 수.. 2025. 4. 18. 트럭운전사의 창 너머로 본 세상 ㅡ 자연인 안최호 ■ 트럭운전사의 창 너머로 본 세상 안최호고속도로 위, 하루에도 수백 킬로미터를 달린다. 새벽을 깨우고 어둠을 뚫으며 사람들의 생필품과 희망을 나르는 게 내 일이지만, 정작 내 삶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기분이다. 도로는 평평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기울고 있다.라디오에서는 ‘공정 사회’란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정의를 말하고, 방송에서는 법치와 자유를 외친다. 하지만 정작 거리와 시장, 공장과 시멘트 바닥 위에선 그런 단어들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나는 안다. 법이라는 이름 아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공정이라는 구호 속에서 가진 자들만이 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걸.어떤 지도자는 방어를 명분 삼아 전.. 2025. 4. 18.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