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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2

by 청람등불 2025. 4. 18.


삼국지 2ㅡ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2ㅡ2회. 유비의 떠도는 인생, 백성의 길
― 천하보다 사람을 먼저 품은 사내



조조가 중원을 차지하고, 손 씨 가문이 강동에서 기반을 굳힐 즈음, 유비는 여전히 떠돌고 있었다. 황실의 후손이라는 혈통을 가졌지만, 실력과 기반은 부족했고, 세력도 미약했다. 그는 한동안 공손찬 밑에서 몸을 의탁했고, 또 어떤 때는 유표에게 기대며 형주 땅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유비는 안주하지 못했다. 그의 정치적 능력은 조조나 손권에 비해 부족했지만, 사람을 품는 능력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그는 백성들과 함께 울고 웃었고, 전쟁이 나면 먼저 짐을 나르고, 마을이 무너지면 가장 늦게 떠났다. 백성들은 그를 '왕이 되지 않은 왕'이라 불렀다.

유비의 삶은 수없이 부서졌다. 세력을 키우면 배신을 당했고, 거점을 잡으면 빼앗겼다. 그러나 유비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천하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백성에게 쉴 자리를 주려는 것이다.”

이 한마디에 그의 전 인생이 담겨 있었다. 조조가 권력을 위해 달렸고, 손 씨 가문이 지역 패권을 다졌다면, 유비는 길을 묻는 자로 살아왔다. 완성된 계획 없이, 완전한 기반 없이, 그는 사람을 따라 움직였다. 때로는 무모했지만, 그 무모함은 ‘신의’라는 이름으로 빛났다.

이제 그는 형주를 떠돌며 조조의 군세와 충돌하고, 점차 삼국의 제3지대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시작점은 늘 그렇듯, 백성의 곁이었다.




제2ㅡ2회 삼국지 평
ㅡ유비의 떠도는 인생, 백성의 길



□ 등장인물 특징

유비(劉備)

힘으로는 조조에게, 기반으로는 손권에게 밀렸지만, 인품 하나로 길을 낸 인물. 그는 항상 약자의 편에 섰고,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먼저 생각했다. 실리보다 신의를 중시하고, 권세보다 사람을 우선한 ‘사람의 정치가’였다.

유표(劉表)

형주를 다스리는 군벌로, 유비에게 일정 기간 피난처를 제공했다. 유약하고 신중한 성격 탓에 큰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조조의 강한 압박 앞에서 무너진다. 그러나 문화와 질서를 중시한 유표는 안정된 통치를 펼친 유일한 온건 세력이었다.

조운(趙雲)

유비를 따라다닌 용맹한 무장으로, 초반엔 비중이 적지만 점차 충성심과 실력을 드러낸다. 무력뿐 아니라 판단력과 인품을 겸비한 인물로, 후에 백성 보호와 유아 구출 등으로 ‘무인의 이상형’으로 자리 잡는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유비의 삶은 정치와 권력이 아닌 ‘인간관계의 정치’를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는 실적과 시스템, 구조에만 집중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결국 사람을 얻는 자라는 사실을 유비는 증명한다. 그는 늘 약자의 편에 섰고, 함께 울어주었으며, 떠나는 백성을 되돌아보는 몇 안 되는 지도자였다. 특히 이 회에서는 조직 없이도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보여준다. 지금 사회도 능력 중심의 평가에서 신뢰 중심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유비는 천하를 얻지 못한 시간에도, 사람의 마음을 얻으며 천하의 기초를 만들었다. 리더란 실력이 아니라 신뢰로 완성된다는 진실—그것이 유비가 떠돌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이 회에서 유비의 떠도는 삶은 다소 단편적으로 그려진다. 그의 고뇌나 내면의 동요, 리더십의 성찰보다는 ‘전전하는 모습’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가 품은 철학이나 정치적 이상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유표와의 관계 역시 단순한 의탁으로 표현되며, 그 속에 있었을 긴장감이나 동맹 가능성, 갈등은 생략된다. 또한 유비를 따르는 백성들의 시선도 묘사되지 않아, 그의 인품이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한 서사적 설득력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유비는 계속 흔들리는 인물처럼 보이며, 독자에게는 '언제 기반을 잡을까'에 대한 조급함만 남는다. 떠도는 여정이 '신의'와 '사람'으로 연결되는 철학적 깊이로 더 묘사되었다면, 삼국 중 가장 인간적인 리더로서의 유비가 훨씬 더 빛났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