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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1

by 청람등불 2025. 4. 18.




제2부. 영웅들의 부상

삼국지 21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ㅡ조조의 천하 전략, 장막을 걷다




2ㅡ1회. 조조의 천하 전략, 장막을 걷다
― 혼란을 설계하는 자, 조조의 진면목




동탁의 폭정에 맞서 조조가 일으킨 반동탁 연합군은 각지의 군벌을 모아 전국적 규모로 확장된다. 겉으로는 ‘정의로운 군사행동’이었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야망이 숨어 있었다. 원소는 명분을 앞세우며 연합군의 총수 자리를 탐하고, 손견은 강동 지역에서 자신의 기반을 넓히려 한다. 유표, 공손찬, 유비 등도 이름을 세우기 위해 움직인다.

조조는 이 모든 흐름을 지켜보며 계산한다. 그는 명분을 내세우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으로 동맹들을 평가한다. 조조에게 연합군은 하나의 정치 실험장이었고, 누가 시대를 볼 줄 아는지를 가려내는 시험대였다.

그러나 연합군은 곧 분열한다. 각자 사병과 지역 이해관계에 충실했고, 공통된 이상은 없었다. 동탁의 본진을 직접 치려는 이는 적었고, 조조조차도 그 허점을 느끼며 각자의 생존 전략으로 전환한다. 결국 연합군은 뚜렷한 전과 없이 해산하고, 동탁은 낙양을 불태운 채 장안으로 천도한다.

이 와중에 조조는 자신만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는 단순한 반동탁 인사가 아니라, 천하를 바라보는 자로 탈바꿈한다. 하진의 죽음, 십상시의 몰락, 동탁의 전횡, 그리고 연합군의 해체—이 모든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흡수하며, 조조는 점차 ‘혼란을 다스리는 자’가 아닌 ‘혼란을 설계하는 자’로 떠오른다.

그의 야망은 천하를 위해서가 아니라, 천하를 품기 위해서였다.




21회 삼국지 평
ㅡ조조의 천하 전략, 장막을 걷다




□ 등장인물 특징

조조(曹操)

탁월한 통찰력과 정세 감각을 지닌 전략가. 그는 권력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조정하며 점차 스스로를 ‘불가결한 존재’로 만든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지닌 인물로, 혼란을 기회로 바꾸는 냉정한 실행자다.

원소(袁紹)

명문가 출신으로 연합군의 표면적 지도자. 그러나 우유부단한 성격과 결단력 부족으로 실질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체면과 명예를 앞세우지만, 정작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과 행동에서는 늘 한 걸음 뒤처진다.

손견(孫堅)

패기와 전투력을 갖춘 무장형 리더. 연합군 내부에서 실질적인 전과를 올린 몇 안 되는 인물이지만, 정치적 감각은 부족하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공간을 넓히려 했으나, 전체 흐름에서는 독자적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이 회는 ‘진짜 리더는 언제 준비되고,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묻는다. 조조는 누구보다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했고, 겉으론 연합에 동참했지만, 속으론 전체 판을 설계하고 있었다.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지도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보다, 흐름을 장악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또한 원소처럼 이름만 높고 결단력이 부족한 리더는 위기 속에서 방향을 잃고, 손견처럼 실력만 있는 이도 구조를 모르면 고립된다. 결국 시대는 조조와 같은 ‘상황을 읽고,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 오늘날의 우리도 크고 복잡한 흐름 속에서 감정이 아닌 통찰로, 반응이 아닌 설계로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정치는 명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계산 위의 결단이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이 회에서 연합군 내부의 갈등과 분열은 사실상 향후 삼국 시대의 씨앗임에도, 서술은 그것을 일회성 해체로 처리한다. 각 군벌의 이해관계, 전략적 불일치, 인물 간 갈등은 충분히 드라마틱한 소재이지만, 단순한 회의 장면과 전선 이탈로만 그려진다. 특히 조조의 내면 변화—반동탁 투사에서 정치가로의 전환—은 매우 중요한 서사적 전환점이지만, ‘의심’이나 ‘고뇌’ 같은 정서적 층위 없이 이뤄진다. 또한 원소와 손견의 관계나 감정, 조조와의 미묘한 거리감도 독자의 상상에만 맡겨질 뿐, 묘사로는 짧게 흘러간다. 연합이라는 복합 구도의 분해가 다소 성급하게 처리되어, 이후 삼국이 왜 형성되었는지를 체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이 아쉽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