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 1ㅡ3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ㅡ여포의 배신, 의와 욕망 사이
제1ㅡ3회.
여포의 배신, 의와 욕망 사이
― 칼을 들고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사내
동탁의 권력은 이미 조정을 집어삼켰다. 백성은 숨을 죽였고, 조정은 그림자가 드리운 궁궐이 되었다. 누구도 감히 그를 막지 못했고, 황제는 이름만 존재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의 발밑엔 언제나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그 균열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었다.
동탁은 여포를 ‘양자’라 부르며 곁에 두었다. 여포는 세상 누구보다 강한 창술을 지녔고, 동탁은 그 힘에 기대어 궁정을 수호하려 했다. 그러나 힘은 의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여포의 내면에는 이미 불만이 서려 있었고, 그의 감정은 동탁의 폭정과 잔인함을 보며 조금씩 멀어졌다.
이때 왕윤이 움직인다. 그는 동탁을 제거할 계책을 고심하던 끝에 한 여인을 내세운다. 초선(貂蟬). 절세의 미인이라 불리는 그녀는 왕윤의 양녀였다. 왕윤은 여포에게 그녀를 은밀히 소개하고, 다시 동탁에게도 그녀를 바친다. 두 남자는 같은 여인을 사이에 두고 욕망과 질투에 휘말린다.
여포는 갈등한다. 아버지라 부르는 이를 배신해야 한다는 죄책감과, 초선을 향한 불타는 욕망 사이에서 그는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왕윤은 여포의 마음을 흔들고, 초선은 눈빛 하나로 결심을 끌어낸다. 여포는 마침내 검을 들고 동탁의 궁으로 들어선다.
동탁은 믿지 못한다. 그가 가장 믿었던 이는 여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포는 말했다.
“세상은 이미 그대를 버렸소.”
그리고 동탁을 찔러 죽인다. 궁정은 침묵했고, 민심은 환호했다. 폭군은 무너졌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해방이 아니었다. 동탁을 제거한 뒤, 조정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여포는 영웅이 되지 못했고, 왕윤도 정국을 수습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날, 칼은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 칼을 든 이는 영웅이 되지 못했다.
□
제1ㅡ3회 삼국지 평
〈여포의 배신, 의와 욕망 사이〉
■ 등장인물 특징
여포(呂布)
무예는 삼국지 최강이지만 마음은 가장 유약한 사내. 충성과 감정, 계산과 충동 사이에서 스스로를 잃는다. 초선의 눈빛 하나에, 아버지라 부른 동탁의 목을 벤다. 뛰어난 재능은 자신을 다스리는 절제로 완성되는 것임을 증명하는 인물이다.
왕윤(王允)
지략가이자 계책가. 그러나 단기적 승리에는 능하나 장기적 정치에는 약하다. 동탁을 제거한 공은 크나,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전략가는 칼을 멈춘 후 손을 잃는다. 왕윤은 '문사정치'의 한계이자, 실행력 없는 이상주의자의 단면이다.
초선(貂蟬)
역사서엔 등장하지 않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남자들의 운명을 바꾼 미인으로 그려진다. 말보다 눈빛이 앞서는 여성, 그러나 주체적 행동은 없다. 시대가 만든 ‘미인계’의 상징이자, 욕망과 배신의 방아쇠로 소비된 존재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여포의 배신은 한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시대를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뛰어난 능력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다스리는 이성이 없으면 오히려 재앙이 된다. 오늘날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실력과 직위를 가진 이들이, 결정의 순간마다 감정에 흔들린다면 조직은 무너진다. 또한 왕윤의 계책은 ‘단기 승리’의 유혹을 경계하게 한다. 사회나 정치에서 특정한 악을 제거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라, 그 이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진정한 실력이다. 여포가 무너뜨린 것은 동탁이지만, 그 무너짐은 다음을 준비하지 못한 정치의 공백을 불러온다. 이 회는 우리에게 말한다. 강한 것보다 중요한 건, 강함을 어디에 쓸 것인지 아는 판단력이며, 결단의 뒤를 책임지는 진짜 지혜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이 회의 서사는 극적이지만, 인물의 심리 묘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여포의 내면 갈등은 극단적 행동 앞에서 단순화되었고, 왕윤과 초선의 대화나 진정성 역시 장치적 역할에 머문다. 초선은 삼국지 서사에서 매우 큰 사건을 일으킨 인물이지만, 그 의도나 고뇌가 독립적으로 서술되지 않아, 단지 ‘미인’으로 기능할 뿐이다. 또한 동탁의 몰락 이후 조정의 움직임이나 여포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여, ‘배신’ 이후의 세계가 공백으로 남는다. 이는 서사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지만, 인물과 독자의 거리감을 만들기도 한다. 사건은 크고 극적이나, 인물은 평면적이고 서사는 빠르다.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공백을 그리는 데 있어, 보다 내면 중심의 밀도가 아쉬운 회차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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