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1ㅡ2

삼국지 1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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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 난세의 지혜, 사람의 길





제1ㅡ2회. 동탁의 폭정과 조조의 칼
― 권력 앞에 선 인간의 진심


황건적의 난이 진압된 후에도 세상은 평화롭지 않았다. 조정은 환관들의 손아귀에 있었고, 황제는 허울뿐인 존재였다. 정치의 중심은 도리와 법이 아닌, 술수와 거래였다. 백성은 여전히 고통받았고, 장차 ‘삼국’이라 불릴 시대의 주인공들은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무렵, 후한의 황제 영제(靈帝)가 병으로 위독해졌다. 환관들과 대신들은 서로 후계자를 세우려 다투었고, 그 틈을 타 가장 악명 높은 무장이 조정에 들어선다. 그 이름은 동탁(董卓).

서량 태수 출신의 장수였던 동탁은 본래 조정 밖의 인물이었으나, 황제의 죽음과 십상시의 몰락, 혼란한 권력 공백을 기회로 삼았다. 그는 무력을 앞세워 수도 낙양으로 진입하고, 스스로 황제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어린 황제 소제를 폐하고, 헌제를 옹립한 뒤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

그러나 그의 정치는 야만 그 자체였다. 반대하는 신하들을 죽이고, 조정은 물론 거리까지 공포로 가득 채운다. 백성은 그를 ‘호랑이보다 무서운 인간’이라 불렀고, 나라는 다시 칼날 위를 걷는 듯 위태로워졌다.

이때, 조조(曹操)가 조용히 움직인다. 그는 명문가 출신이 아니었으나,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기지가 뛰어났다. 한때 황건적 토벌에 참가해 이름을 알렸고, 조정에서 벼슬을 지냈으나 동탁의 등장이 모든 것을 바꿨다. 그는 생각한다.

“이대로라면, 조정은 끝장이다. 누군가가 칼을 들어야 한다.”

조조는 스스로 칼을 품고 동탁을 암살하려 한다. 칼은 명장이 만든 ‘칠성검’. 그는 동탁을 찾아가 선물이라 속이고 목을 노리지만 실패한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조조는 말을 달려 빠져나가며 이렇게 외친다.

“나는 천하를 어지럽히려는 자가 아니라,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잡으려는 자다!”



이 한 마디는 조조의 전 생애를 함축한다. 그를 욕하는 자는 그 말을 부정하고, 그를 따르는 자는 그 말을 믿는다. 이후 조조는 각지에서 병력을 모으고, 명분은 단 하나—“동탁을 토벌하자.”

이듬해, 조조는 원소‧유대‧공손찬‧손견 등 지방 군벌들과 함께 반동탁 연합군을 결성한다. 전국이 일시에 격랑에 빠진다. 이는 삼국지 최초의 대규모 군벌 연합이었다. 그러나 이 연합은 오래가지 못한다. 명분은 하나였지만, 속내는 달랐기 때문이다. 각자의 욕심이 의를 이기고, 조조는 절망한다.

그 와중에도 조조는 조용히 병법을 익히고, 전략을 연마하며, 큰 그림을 그린다. 다른 이들이 지금을 본다면, 그는 ‘이후’를 본 것이다.
동탁의 폭정은 결국 여포(呂布)의 반란으로 막을 내리지만, 삼국의 진짜 혼돈은 지금부터였다.




■ 삼국지 제1ㅡ2회 평

『동탁의 폭정과 조조의 칼』


□ 등장인물 특징

동탁(董卓)

혼란한 시대의 틈을 타 권력을 장악한 무장 출신 정치가. 그의 리더십은 공포에 기반한 즉흥적 지배였다. 패권을 쥐고자 했지만 민심을 잃었고, 위엄 대신 두려움만 남긴 인물. 탐욕과 독선이 만들어낸 폭정의 표본으로, 권력의 끝은 필연적으로 파멸임을 보여준다.

조조(曹操)

정세를 꿰뚫는 통찰과 실행력을 가진 전략가. 그는 혼란한 조정을 정화하고자 칼을 들었지만, 그 선택조차 정당성과 야망 사이에 선결이 어려운 모순이었다. 유연하고 과감하지만, 내면엔 끊임없는 갈등과 냉정이 공존하는 현실적 지휘자다.

원소(袁紹)

명문가 출신으로 체면과 위세는 높았으나, 결정의 순간마다 갈팡질팡한다. 리더의 위치에 있지만, 타인을 이끄는 힘보다는 자신을 설득할 용기가 부족하다. 그의 행동은 시대가 요구하는 ‘결단력’이 부재한 귀족 정치의 쇠락을 상징한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이 장은 리더십의 속성과 시대 감각을 되묻는다. 동탁의 폭정은 권력의 본질이 무력이나 혈통이 아니라 ‘신뢰’ 임을 알려주고, 조조의 실패는 단순한 좌절이 아닌 ‘의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조는 결과보다 선택의 순간에 집중한다. 즉,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칼을 든다는 것. 이 시대에도 조직이든 사회든, 결단해야 할 순간에 자신을 걸고 움직이는 이는 드물다. ‘정의’는 때론 완벽한 명분이 없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의 발끝에서 생긴다. 동탁의 등장과 조조의 반응은, 리더란 결국 책임지는 사람이란 진리를 말해준다. 결국 시대는 완벽한 사람보다, 책임지는 사람을 기억한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이 장에서 동탁은 지나치게 단선적 악인으로 묘사된다. 그가 왜 그렇게 잔혹했는지, 어떤 두려움이나 철학이 있었는지 서사는 침묵한다. 그 결과 동탁은 공포의 아이콘으로 남되, 인간으로서의 이해는 봉쇄된다. 조조의 칼 실패 역시 문학적으로는 극적이지만, 이후 그가 어떻게 연합군을 모으는지에 대한 연결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 채 급히 전개된다. 조조의 내면 변화나 주변 인물들과의 역학, 특히 원소와의 미묘한 갈등 구조가 더 풍부히 그려졌다면, 한 인물의 각성이 더욱 깊게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백성의 관점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황실과 무장, 군벌의 각축만 강조되며, 가장 피해를 입는 민중은 배경에 머문다. 이 때문에 독자가 조조의 선택에 공감하기보다 관망자로 머무르게 되는 한계가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