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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1ㅡ5

by 청람등불 2025. 4. 17.




삼국지 1ㅡ5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ㅡ헌제를 앞세운 동탁, 천하가 흔들리다




제1ㅡ5회. 헌제를 앞세운 동탁, 천하가 흔들리다
― 허울뿐인 황제와 실질 권력자의 등장




십상시가 무너지고 조정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동탁이 드디어 군을 이끌고 수도 낙양에 입성한다. 그는 무장으로서 군세를 등에 업었고, 조정을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황제의 인사권을 손에 쥔다. 어린 황제 소제를 폐위하고, 다른 황족 유협을 새 황제, 즉 헌제로 앉힌다. 이때부터 실질적인 권력은 동탁의 것이 된다.

동탁은 자신의 뜻을 천자의 명이라 주장하며 모든 정사를 주무른다. 그는 환관보다 더 무자비했고, 기존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았다. 충신들은 숙청되었고, 누구도 그의 눈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궁궐은 공포로 가득 찼고, 백성은 생존만을 위해 입을 닫았다.

헌제는 인형과도 같았다. 그는 제 위에 앉아 있었으나, 말 한마디조차 뜻대로 할 수 없었다. 동탁은 그의 존엄마저 무너뜨리며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누군가는 동탁을 용병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괴물이라 불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는 힘으로 정치를 대체한 인물이었다.

조정 내에서도 동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의 군세는 단단했고, 낙양의 병사들은 이미 그에게 충성하고 있었다. 이에 왕윤을 비롯한 조정의 대신들은 눈치를 보며 물러섰고, 반대자들은 죽거나 유배되었다. 정치는 침묵했고, 세상은 칼이 대신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무렵 조조는 다시 결단한다. 그는 동탁을 토벌할 것을 각지의 군벌에게 알리고, 원소, 손견, 유표, 공손찬 등 지방 유력자들과 함께 ‘반동탁 연합’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들의 명분은 같아도 속내는 달랐다.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는 세력을 확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천하의 무대는 다시 움직인다. 황제는 이름뿐이고, 실제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은 동탁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해 점점 격화된다. 혼란은 멈춘 적이 없었고, 이제는 또 다른 혼란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제1ㅡ5회 삼국지 평
ㅡ헌제를 앞세운 동탁, 천하가 흔들리다



□ 등장인물 특징


동탁(董卓)

권력 공백 속에 낙양에 입성한 무장 출신의 실세. 실력보다 무력, 명분보다 공포로 조정을 장악한다. 그는 황제를 폐하고 세우며 스스로의 권위를 ‘천자 옆’에서 만들지만, 그 힘은 위엄이 아닌 공포에서 나왔다. 무도한 권력의 끝은 파국임을 암시하는 인물이다.

헌제(獻帝)

황제라는 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실상은 꼭두각시에 불과한 존재. 그는 세상을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세상에 휘둘리는 상징으로 남았다. 그 눈빛에는 슬픔보다 체념이, 말에는 권위보다 공허가 있었다. 권력의 상징이 실질을 잃으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조조(曹操)

동탁의 전횡에 저항하며 다시 무대에 오른 결단형 전략가. 그는 명분을 얻기 위해 ‘천하를 위한 정의’를 말하지만, 실은 자신의 길을 만들고자 한 인물. 이 시점의 조조는 의(義)를 입은 결단이자, 세상 변화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영민한 실천가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이 회는 ‘형식과 실질’의 간극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헌제는 황제라는 최고의 자리에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동탁은 황제 곁의 신하이면서 실질적인 권력자다. 이 구조는 지금도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이름만 높은 자와, 이름 없이 움직이는 자. 우리는 진짜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늘 의심하며 봐야 한다. 또한 조조의 등장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상황이 아무리 암울해도, 반드시 변화를 위해 나서는 사람이 있고, 그들은 명분과 결단을 동시에 준비한다. 오늘날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조조처럼 ‘명분 있는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정치는 형식이 아닌 의지에서 시작된다. 힘이 아니라 신뢰, 자리가 아니라 책임에서 출발하는 진짜 리더십이 필요하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이 회에서 동탁은 전형적인 폭군으로 묘사되며, 그의 심리나 판단 배경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폐군’과 ‘권세’라는 행동으로만 인물의 모든 것이 설명되며, 입체감이 부족하다. 헌제 역시 수동적인 인물로만 그려지며, 어린 나이에 황제로 세워진 한 인간의 고뇌나 두려움은 생략된다. 조조의 등장 또한 ‘연합군의 형성’이라는 기능적 장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의 내면 동기나 현실 판단, 정치적 계산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명분과 야심이 함께 움직이는 인물인 만큼, 그 복합성이 서사 속에서 더 충실히 다뤄졌다면, 독자는 훨씬 더 조조의 인간성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건의 전개는 빠르나, 인물의 깊이는 얕아, 드라마적 힘에 비해 문학적 성찰은 다소 부족하게 남는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