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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정하라
김왕식
고교 친구 중 삼국지를 삶의 교과서로 여기는 이가 있다.
그는 인생의 선택 앞에서 늘 삼국지 속 인물들의 태도와 결정을 기준 삼는다.
조금 전, 우리 톡방에 그가 짤막한 한 문장을 남기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정하라.”
이 말은 삼국지에서 조조의 책사 가후(賈詡)가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순욱, 순유, 가후를 조조의 3대 책사라 한다면, 그중에서도 가후는 실리와 명분, 처세의 균형을 가장 탁월하게 이룬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조조에게 바친 조언 하나,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정하라.”
이 짧은 문장이 삼국지의 전체 서사 가운데서도 유독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삼국지는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다.
그것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삶을 택해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의 기록이다.
황건적의 난에서 시작된 격랑 속, 조조, 유비, 손권은 시대와 맞서 싸운 동시에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했다.
누가 진정한 영웅이었는지를 가른 것은 출신도 시대도 아닌, ‘스스로 정한 길’이었다.
조조는 자신이 간웅이라 불릴 줄 알면서도 꿋꿋이 나아갔다.
그가 정한 삶의 정체성은 ‘질서를 위한 잔혹함’이었다.
유비는 미천한 신분임에도 '백성을 위하는 군주'라는 자신의 가치를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손권은 젊은 나이에 형의 유업을 이어받아, ‘강동을 지키는 책임자’로 자기를 정립했다.
삼국지는 결국 ‘자기 가치’를 정립하는 이야기다.
유비가 죽기 전 제갈량에게 남긴 말, “유선이 불민하면 그대가 스스로 하라”는 말은 혈통보다 실력을 중시했던 유비의 철학, 즉 ‘가치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의 결정체였다.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뜻과 신념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정직하고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삼국지의 인물들은 모두 자기 결정의 주인이었다.
수많은 평가와 유혹 속에서도 끝내 “내가 누구인지”를 자신이 정했다.
그 정신이, 가후의 한마디 속에 압축되어 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정하라.”
이제 우리도 묻고 답해야 할 차례다.
남이 말하기 전에 내가 나를 정의하라.
운명이 아닌 의지로, 태어난 이유보다 살아갈 이유로.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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