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 2ㅡ4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2ㅡ4회 여포와 동탁, 패륜의 끝
제2ㅡ4회. 여포와 동탁, 패륜의 끝
― 칼을 가르쳐준 자를 찌른 검
동탁은 황제를 폐하고 헌제를 세우며 조정을 장악했지만, 정치는 통치가 아닌 지배로 전락했다. 궁궐은 독재자의 감정에 따라 사람들이 죽고 살았으며, 신하들은 눈빛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백성은 굶주렸고, 조정은 썩어가고 있었다.
이 모든 공포의 중심에 있었던 자가 바로 여포였다. 그는 동탁이 아버지처럼 아끼고 양자로 삼은 자였고, 스스로도 동탁을 “아버지”라 불렀다. 그러나 그 부자(父子)의 관계는 피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 계산으로 이어진 끈이었다.
한편, 왕윤은 조정을 구할 방도를 모색하며, 동탁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그는 여포의 성정을 간파했다. 무예는 뛰어나나 충성과 신념이 약하며,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성격. 왕윤은 여포를 움직일 미끼로 초선을 내세운다. 아름다움과 애틋함은 여포의 칼끝을 뒤흔들었고, 그는 점차 동탁을 의심하고 멀리하게 된다.
결정적 날, 여포는 궁궐에 들어가 동탁의 마차 앞을 막고 창을 들이댄다. 동탁은 믿지 않는다. 그가 가장 신뢰했던 자, 자신이 키워준 자였기에. 하지만 여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세상이 당신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창을 찔러 넣는다. 동탁은 죽었고, 조정은 숨을 돌렸으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포는 권력을 잡지 못했고, 왕윤은 정치적 뒷수습에 실패했다. 동탁은 무너졌지만, 그 빈자리는 새로운 혼란으로 채워졌다.
제2ㅡ4회 삼국지 평
여포와 동탁, 패륜의 끝
■ 등장인물 특징
여포(呂布)
무력은 뛰어나나 마음이 가볍고 충동적이다. 동탁을 아버지라 부르며 그의 방패가 되었지만, 결국 사랑과 욕망에 휘둘려 칼을 겨눈다. 그는 인간의 배신과 흔들림을 가장 비극적으로 체현한 존재이며, 능력만으로는 인간을 지탱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동탁(董卓)
폭정의 상징이자 권력을 오직 무력으로만 다스린 자. 여포를 통해 조정을 지배했지만, 정작 그 칼에 스스로 쓰러진다. 신의 없이 맺은 관계는 결국 배신으로 돌아온다는 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 씨앗을 뿌리고 자멸한 폭군이었다.
왕윤(王允)
지략은 뛰어나나 끝을 내다보는 힘이 부족한 문신. 동탁을 제거하기 위한 계략을 성공시켰지만, 이후 정국을 수습할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순간의 결단은 있었으나, 긴 흐름을 이끌 지도자의 자세는 부족했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이 회는 ‘신뢰와 배신’이라는 인간사의 오래된 테마를 정면에서 다룬다. 여포와 동탁의 관계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해관계의 연합이었고, 그것이 무너질 때의 파괴력은 더욱 컸다. 오늘날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신뢰는 계약보다 깊은 것이다. 눈앞의 이익이나 감정적 판단으로 신뢰를 저버리면,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로 이어진다. 또한 왕윤의 행위는 큰 결단이 성공하더라도, 다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온다는 교훈을 준다. 조직은 악을 제거하는 것보다, 대체할 질서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정의란 단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재건의 설계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실현된다. 이 회는 인간관계와 권력의 본질에 대해 차갑지만 진실된 시선을 던진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여포의 배신은 삼국지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이지만, 그의 내면 묘사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초선에 대한 감정, 동탁과의 갈등, 자신의 선택에 대한 고뇌 등이 짧게 처리되며, 독자는 여포의 심리를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채 결말을 맞게 된다. 초선 역시 극을 움직이는 결정적 인물이지만, 그녀의 주체성이나 감정은 전혀 그려지지 않아 단지 ‘도구’로 소비된다. 왕윤의 정치적 계획도 실행 장면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가 이후 정국을 어떻게 정비하려 했는지는 생략된다. 동탁의 죽음이 조정에 어떤 파장을 불러왔는지, 여포가 어떻게 다시 고립되었는지도 간략히 처리되어, 서사의 여운과 정치적 긴장감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극적 전환점임에도 인물의 깊이와 구조적 맥락이 아쉬운 장이다.
ㅡ 청람
'청람과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3ㅡ1 (0) | 2025.04.24 |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5 (1) | 2025.04.24 |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정하라 (0) | 2025.04.23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3 (0) | 2025.04.19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2 (0) | 2025.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