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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5

by 청람등불 2025. 4. 24.



삼국지 2ㅡ5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2ㅡ5회 관도대전 서막, 조조와 원소의 충돌




제2ㅡ5회. 관도대전 서막, 조조와 원소의 충돌
― 두 태양이 충돌하기 시작하다

동탁이 사라진 뒤, 후한 조정은 황제 헌제를 중심으로 조조가 실권을 장악하게 된다. 조조는 헌제를 허창으로 옮기고, 황제의 위세를 빌어 명분을 얻으면서도, 실질적인 국정을 모두 장악한다. '한실을 보좌한다'는 대의를 내세운 그는, 사실상 황제를 보호하는 명분으로 자신의 군세를 정당화했다.

반면 북방에서는 원소가 세력을 굳히고 있었다. 그는 하북 전역을 통일하고, 수십만 대군을 거느리며 명문가로서의 위엄과 영향력을 키웠다. 조조가 실리를 앞세운 실용주의자라면, 원소는 겉으로는 명분과 도의를 중시하는 '구질서의 수호자'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정을 무시하고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었다.

양자의 충돌은 필연이었다. 조조는 황제를 등에 업은 신흥 권력이었고, 원소는 지방 명문가 연합의 상징이었다. 조정은 더 이상 두 명의 중심을 견딜 수 없었다. 한 명은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황제를 이용했고, 한 명은 황제를 필요 없다고 여겼다.

갈등의 도화선은 원소의 아들들과 조조의 측근 사이의 불화로 시작되었다. 이어 조조가 유비와 손잡으려 한다는 정보가 퍼지자, 원소는 위기감을 느끼고 조조 타도를 외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대군을 일으켜 남하를 시작한다.

조조는 상황을 빠르게 분석했다. 병력은 열세였지만, 전투지휘와 병참 조달, 진지 구축 능력은 조조가 훨씬 우위였다. 그는 하북의 대군을 정면에서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길목인 관도(官渡)에 군을 주둔했다.

관도는 중원으로 통하는 요지였으며, 낙양과 허창의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을 잃으면 허창이 위험해지고, 헌제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다. 조조는 필사적인 각오로 방어선을 구축한다. 반면 원소는 병력 수만 명에 이르는 대군을 이끌고 남하했지만, 전략적 일관성과 판단의 결단력에서 조조에 뒤처졌다.

전초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조는 정예 소수 병력으로 기습과 수비를 오가며 원소의 대군을 교란했다. 특히 병참선과 식량 창고를 공격하는 데 집중해, 병력 차이를 보급 전략으로 상쇄하려 한다.

이 시점에서 운명의 열쇠를 쥔 인물이 등장한다. 원소 휘하에 있다가 배척당한 허유(許攸)가 조조에게 투항해, 원소의 식량 저장지 위치를 알려준다. 조조는 이를 기회로 삼아 정예 병력을 이끌고 기습 작전을 단행, 원소의 보급선을 타격한다.

원소는 병력은 많았으나, 내부 분열과 우유부단한 성격, 그리고 연속된 판단 미스로 인해 점차 수세에 몰린다. 조조는 적은 병력으로 큰 승리를 거둘 절호의 기회를 포착한다. 관도대전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성격과 통찰, 리더십의 정면충돌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대전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른다.






제2ㅡ5회 삼국지 평

관도대전 서막, 조조와 원소의 충돌




■ 등장인물 특징

조조(曹操)

불확실한 시대를 통찰과 결단으로 돌파한 리더. 명분보다 실리를, 외형보다 구조를 보며 움직인다. 비록 병력은 적었지만, 인재를 쓰는 능력과 전술적 유연함, 민심을 꿰뚫는 안목에서 시대를 앞섰다. 그는 상황을 이용하는 자가 아닌, 상황을 만드는 자였다.

원소(袁紹)

하북의 거대 군벌이자 명문가의 상징. 병력과 자원은 넘쳤지만, 결단의 타이밍과 전략적 통찰에서 조조에게 밀렸다. 체면과 명분을 앞세우지만 내부 통합에 실패하고, 결국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무게만 큰 지도자였다.

허유(許攸)

원소에게 홀대받고 조조에게 투항한 책사. 관도대전의 승패를 가른 인물이다. 권력의 변덕과 인간관계의 잔혹함 속에서 이용당한 인재로, 정치의 잔인한 본질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의 배신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의 눈먼 판단이 낳은 결과였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관도대전은 전투 그 자체보다도 리더의 본질을 묻는 장면이다. 수많은 조직이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방향이 없거나 판단력이 부족한 리더 밑에서는 반드시 무너진다. 조조는 위기 속에서 통찰과 실행을 병행했고, 인재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으며,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리지 않았다. 반면 원소는 유력한 자원을 가지고도 판단을 미루고, 내부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결정적 찬스를 놓쳤다. 오늘날의 사회, 기업, 조직에서도 이런 두 유형의 리더가 존재한다. 결국 위기의 시대에는 ‘계획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결단할 수 있는 사람’이 흐름을 바꾼다. 리더는 거창한 이상보다, 정확한 판단의 순간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관도대전의 서막은 삼국지 전체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임에도, 서사에서는 ‘전투 준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소의 군세 내부 갈등, 조조의 병참 전략, 허유의 배신에 이르는 인간적 감정선과 권력의 역학은 간략하게만 다뤄진다. 조조의 결단력은 돋보이지만, 그가 어떤 내부적 고뇌를 거쳤는지, 허유와의 대화에서 어떤 신뢰를 구축했는지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원소는 무능한 군벌로만 그려지며, 그의 고민이나 주변 참모와의 관계가 피상적으로 처리된다. 전쟁은 단순히 병력과 전략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배신, 감정의 부딪힘이기도 하다. 이 장면에서 그 인간적 요소가 조금 더 살아났다면, 관도대전은 단지 승부가 아닌, 더 깊은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