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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3ㅡ2

by 청람등불 2025. 4. 24.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3ㅡ2회. 관우, 천리 독행의 전설
― 검 한 자루로 지킨 의리, 천리를 가르다




조조가 원소와의 관도대전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무렵, 한 편에서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전설이 써지고 있었다. 주인공은 관우(關羽). 유비의 맏형제이자 충의의 화신으로 불리는 사내였다.

조조는 관우의 무용을 익히 알고 있었고, 이미 여러 차례 그의 무예와 인품에 감탄한 바 있었다. 유비가 원소에게 몸을 의탁하고 분산되자, 조조는 관우를 회유하여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인다. 관우는 유비와 헤어진 상황에서 마지못해 조조의 부름에 응하지만, 그 안에서도 마음을 놓지 않는다.

조조는 그를 아끼며 비단, 금, 명마를 하사했고, 높은 관직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관우는 유비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 모든 것을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 그리고 조용히 편지를 한 장 남긴다.

 “은혜는 다 갚았으니, 이제 형님을 찾아 떠납니다.”



그 순간부터 전설은 시작된다. 관우는 조조 진영을 떠나 유비가 있는 하북 원소 진영까지 홀로 천리 길을 떠난다. 이른바 ‘천리 독행(千里獨行)’. 그 길은 단지 거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곳곳엔 조조의 봉쇄선이 있고, 적병의 감시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유비의 가족을 데리고 이동했고, 조조 측의 추격을 피해 때론 싸우고, 때론 설득하며 길을 열어간다. 이 과정에서 육장을 베고 오관을 돌파했다는 ‘오관육장(五關六將)’의 이야기는 후대에 이르러 전설이 되었다.

그러나 관우는 무력을 자랑하지 않았다. 싸움을 피할 수 있으면 피했고, 가는 곳마다 “나는 유비의 신하다”라고 밝히며, 적에게도 예의를 지켰다. 그의 검은 살상보다 신념의 길을 열기 위한 도구였다.

마침내 그는 형 유비가 있는 하북으로 도착하고, 유비와 눈물겨운 재회를 이룬다. 관우는 잠시 흔들렸을지언정, 끝내 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명예와 권세 앞에서도 마음을 팔지 않았던 그 길은 삼국지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사의 하나로 남게 된다.





제3ㅡ2회 삼국지 평

관우, 천리 독행의 전설




■ 등장인물 특징

관우(關羽)

삼국지 최고의 충의 인물. 유비를 형으로 삼은 인연을 끝까지 지키며, 명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천리 길을 홀로 걸어간다. 강인함 속에 겸손이 있고, 검술 속에 신념이 있다. 그는 칼보다 마음이 강한 무장이다.

조조(曹操)

관우를 회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현실주의자. 그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지만, 사람을 붙잡는 법은 몰랐다. 관우를 잃으며 ‘인재는 억지로 가둘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인물. 이 회차에서는 대인배적 모습도 엿보인다.

유비(劉備)

관우의 귀환을 기다리는 형. 비록 직접 등장 비중은 적지만, 관우가 걸어간 모든 이유이자 목표였다. 유비의 인품이 있었기에 관우의 충의가 의미 있었고, 그 재회는 인간 신뢰의 상징처럼 빛난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관우의 천리 독행은 ‘충(忠)’과 ‘의(義)’의 절정이다. 이는 단지 과거의 미덕이 아니라, 오늘날 신뢰가 부족한 시대에 더 절실한 가치다. 사람들은 관계보다 조건을 우선하고, 계산이 의리를 앞지르는 세상에서, 관우의 길은 가장 비현실적이면서도 가장 감동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거절했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했다. 오늘날에도 조조 같은 조건이 주어질 수 있다. 돈, 지위, 명예.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 관계와 신념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회는 말한다. 참된 리더십은 말보다 행동에 있고, 관계의 진실은 위기 앞에서 드러난다고.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관우의 천리 독행은 극적으로 그려지지만, 서사 전개는 비교적 빠르게 넘어가며 그 고난의 체감이 약하다. ‘오관육장’이라는 전설은 명확한 지리적 정보나 전투의 전략성이 부족하고, 영웅담 중심으로 서술되며 인간적 고뇌가 생략된다. 또한 유비와의 재회 장면도 감정적으로 풍부한 묘사 없이 간결하게 끝나, 독자의 여운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다. 조조와 관우의 마지막 이별 장면도 의례적인 서술에 머무르며, 두 사람 사이의 묘한 상호 존중감과 인간적 감정선이 깊이 다뤄지지 않는다. 이 회차는 충의와 결단이라는 테마에 비해, 인물 심리와 문학적 호흡이 다소 빠르게 처리되어, 관우의 인생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 오히려 담백하게 지나간 점이 아쉽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