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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3ㅡ3

by 청람등불 2025. 4. 26.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3ㅡ3회. 장비, 고난 속에서도 의리를 지키다
― 분노보다 깊은 의리, 장비의 진면목

 


삼국지 속 장비는 거칠고 호방한 무장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좋아하고, 쉽게 분노하며, 무력에 능하되 정치에는 어두운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외면적 인상 너머에, 그는 누구보다 강한 충심과 형제애를 품은 의리의 사내였다.

관우가 조조 진영을 거쳐 천리 독행 끝에 유비와 재회했을 때, 장비는 형제들이 흩어졌던 시간 동안 홀로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당시 장비는 유비가 남긴 소수의 병사와 함께 하북의 작은 성읍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는 그에게 단순한 보직이 아닌, 형의 명을 지키는 의무였다.

조조의 대군이 형주를 넘보던 시기, 유비는 계속 패주했고, 관우는 조조에게 끌려간 상황. 장비는 이 모든 소식을 전해 듣고 분노하고 좌절하면서도, 끝내 자리를 지켰다. 그의 마음속엔 “형님이 돌아올 때까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결의가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병사는 흩어지고, 성 안은 고립되었으며, 주변 세력은 조조에 굴복하거나 배신을 꿈꿨다. 장비는 고립 속에서 끓는 성정을 억누르며, 유비가 돌아올 그날을 기다렸다. 말이 거칠어 보였지만, 그 속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한 차례는 부하 중 장비를 배신하고 조조 측과 내통한 자가 있었다. 분노한 장비는 그를 참형에 처한다. 이는 '장비는 감정적으로 부하를 대한다'는 평을 남기지만, 실상은 조직 내부에서 의리를 저버린 자에 대한 준엄한 결단이었다. 그에게 ‘신뢰’란 전장에서의 무기보다 중요했다.

마침내 유비와 관우가 돌아왔다. 성문 앞에 선 장비는 울며 무릎을 꿇는다. 말이 없던 이가 그날만큼은 눈물로 말한다. “형님을 기다리는 날이 가장 긴 날이었습니다.”

그 순간, 장비는 무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동생이었다.




제3ㅡ3회 삼국지 평
ㅡ장비, 고난 속에서도 의리를 지키다




■ 등장인물 특징

장비(張飛)


거칠고 충동적인 무장으로 알려졌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 강한 충성과 형제애가 깃들어 있다. 분노로 싸우는 이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사람. 그는 말보다 기다림으로, 검보다 인내로 의리를 지킨다. 험한 말투 속에 깊은 정이 있는 사내다.

유비(劉備)


흩어진 형제들을 다시 모으는 중심축. 장비에게 명확한 사명감을 부여했고, 그 신뢰에 응한 장비를 감싸 안는다. 그의 리더십은 권위가 아닌 애정에서 나온다. 형제들이 기꺼이 따르는 이유가 그의 인품임을 이 회차는 조용히 증명한다.

배반한 부하(범충)


장비의 병사 중 하나로, 조조 진영과 내통하다 발각되어 처형당한다. 그의 행위는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혼란한 시대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장비는 그런 시대일수록 ‘믿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장비의 이야기는 ‘의리’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하는지를 보여준다. 격동의 시대, 모두가 생존을 위해 움직일 때, 그는 ‘남아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킨다. 오늘날도 조직 안에서, 가정 안에서, 사회 안에서 이런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화려한 리더십보다,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 장비는 그런 사람이다. 또한 이 회는 우리에게 말한다. 조직은 능력 있는 자보다 신뢰할 수 있는 자로 유지된다고. 말은 거칠 수 있고 성격은 급할 수 있지만, 진심과 충성은 오히려 그런 성격 안에서 빛난다. 격한 시대일수록, 조용한 기다림의 가치가 얼마나 깊은가를 장비는 몸으로 말한다. 의리는 곁을 지키는 마음이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장비의 고난기는 극적인 감정선이 흐르지만, 서사 속에서는 단순히 ‘거친 장수의 분노’로 치환되는 경우가 많다. 그의 기다림 속 갈등, 충성과 현실 사이의 고민, 부하의 배신에 대한 감정선이 깊이 묘사되지 않아 입체성이 부족하다. 또한 유비와 재회하는 장면도 상징적으로는 감동적이지만, 문학적으로는 다소 단조롭게 흐른다. 장비는 종종 ‘폭력적 장수’로 오해되나, 실제로는 인간적 외로움과 충성의 교차점에 서 있던 인물이다. 이 회차가 그런 심리적 깊이를 함께 담았다면, 장비는 단순한 ‘전사’가 아니라, 시대와 싸운 ‘의인의 얼굴’을 얻었을 것이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