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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3ㅡ4

by 청람등불 2025. 4. 28.




삼국지 3ㅡ4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3ㅡ4회. 조조의 남하, 형주를 노리다
― 바람이 중원을 휩쓸고 남쪽을 넘보다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꺾은 조조는 더 이상 막을 자가 없는 천하의 실력자가 되었다. 그는 하북을 통일하고, 북방 군벌들을 흡수한 뒤, 본격적으로 중원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을 세운다. 그다음 목표는 남쪽의 형주였다.

형주는 장강 이남의 관문이자, 남중국 진출의 요충지였다. 유표가 오랫동안 다스려온 형주는 안정과 학문을 중시하는 온건한 지역이었으나, 내부는 후계 분쟁과 중신들 간의 알력으로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조조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형주 정복을 위해 대규모 군을 일으키고 남하를 시작한다. 조조는 단지 군사력만 믿지 않았다. 사절을 보내 유표를 회유하고, 형주 내부에 조조의 세력을 잠입시켜 분위기를 흔들었다. 유표는 병약했고, 후계자인 유기와 유종 사이의 알력 다툼은 조정의 중심을 잃게 만들었다.

이 무렵 유비는 여전히 유표의 조정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유표는 유비의 인품을 높이 사긴 했지만, 그를 경계했다. 유비의 성장은 곧 유표 가문의 위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조의 남하 소식이 들려오자, 유표는 결국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며 실질적 대응을 하지 못한다.

유비는 이 상황을 위기로 인식한다. 그는 유표의 조정이 조조의 거대한 군세 앞에 무너질 것이라 예측했고, 대비를 위한 자립을 시도한다. 그러나 형주 내부에서는 유비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보는 세력도 많았다. 채모, 채부자 형제, 그리고 유종 등의 세력은 유비를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조조는 빠르게 형주의 요충지를 차지해 간다. 그의 진군은 전략적이면서도 정치적이었다. 백성들에게는 ‘한실의 적을 벌하러 간다’는 대의를 내세웠고, 내부로는 각 지역 세력의 불만을 이용해 형주를 흔들었다. 결국 유표는 조조의 압박 속에서 병사하고, 유종은 형주를 조조에게 바친다.

그 소식을 들은 유비는 즉시 형주를 떠난다. 그는 채 씨 일가의 방해를 뚫고 백성과 함께 탈출한다. 길은 고되고 위험했다. 조조의 추격은 거셌고, 유비는 군사보다 백성을 우선시했기에 속도에서 불리했다.

이 장면에서 유비의 선택은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장수라면 군사를 버리고 도망쳤겠지만, 유비는 노약자와 아이들, 백성 수만 명을 데리고 함께 남쪽으로 향했다. 그 무거운 걸음은 결코 빠르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은 하나의 '정치적 서약'처럼 세상에 각인되었다.

조조는 유비를 쫓으며 말했다. “그는 장수가 아니라, 백성을 짊어진 자다. 그러나 그 짐이 곧 그를 쓰러뜨릴 것이다.” 그러나 그 짐은 유비를 무너뜨리기보다는, 유비를 진짜 리더로 완성해 갔다.

형주는 그렇게, 조조의 손에 넘어갔고, 유비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더 남쪽으로 향하게 된다. 위기 속에서 백성과 함께한 그의 길은, 장판파라는 또 다른 전설을 잉태하고 있었다.




제3ㅡ4회 삼국지 평

〈조조의 남하, 형주를 노리다〉




■ 등장인물 특징

조조(曹操)
냉철한 분석과 전략을 겸비한 전형적인 실리주의 군주. 북방을 정리한 후 남방 진출을 위해 형주로 눈을 돌렸고,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심리전까지 병행하며 전면적 압박을 가했다. 그는 단지 강한 자가 아니라, 빈틈을 노리는 자였다.

유비(劉備)

형주의 허술함을 통찰하며 조조보다 앞서 형주의 위기를 감지한 인물. 비록 힘은 없었지만, 백성과 함께한 탈출은 단순한 패주가 아닌 ‘정치적 선언’이었다. 그는 백성을 데리고 도망친 유일한 장군이었다.

유표(劉表)

학식과 도량은 있었으나, 결단력 없는 온건 지도자. 후계 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조조의 남하에도 끝까지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형주를 지켰으나, 끝내는 스스로의 우유부단함으로 형주를 무너뜨린 인물이었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이 회는 위기 속의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조조는 기민한 판단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형주를 빠르게 무너뜨렸고, 유비는 조직도 자원도 없이 오직 사람을 지키는 마음으로 퇴각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조조는 땅을 얻었고, 유비는 마음을 얻었다. 오늘날 조직과 사회에서도 위기 앞에서 누군가는 결과를, 누군가는 사람을 선택한다. 유비는 '힘이 없는 자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조 역시 결과 중심 리더십의 모범이자 위험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어떻게 이겼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잃지 않았는가’이다. 이 회는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에 맞서는 리더들의 거울이다.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조조의 형주 침공은 삼국지의 중요한 전략적 전환점이지만, 서사에서는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형주의 무너짐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유표의 죽음, 유종의 항복, 채모 등의 방해 등 중요한 사건들이 짧은 에피소드처럼 처리되어 몰입도가 떨어진다. 유비의 백성 동반 탈출 역시 감동적인 장면임에도, 백성들과의 관계나 유비의 고뇌, 추격전의 긴장감이 깊이 묘사되지 않아 단순한 패주처럼 읽힐 위험이 있다. 백성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더 묵직하게 다뤄졌다면, 이 회는 삼국지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인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