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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에세이42

청람서루 방문기 ㅡ 시인 변희자 ■ 청람서루 방문기 시인 변희자어제까지만 해도 얇게 입으면 몸이 움츠러들었었다. 아직 아기 봄바람이따뜻한 가슴에 깃들려 하려는 것일 게다.오늘은 아기 봄바람 따뜻이 품고 친구와 일산을 가는 날이다. 마음 맞는 친구와의 봄나들이다. 친구의 핸드폰 문자가 떴다. 승강장으로 전철이 가고 있고, 3칸 1열에 앉아 있다고 한다.경쾌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전철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틈으로보이는 친구의 모습 환한 웃음이꽃향기로 봄바람처럼 전해왔다.전철에 나란히 앉아 마주 보고 가볍게 안부를 묻고 주의 사람들 눈치를 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간이 뒤로 가며 추억은 쌓이고 전철은 앞으로 앞으로 제 나아갈 길 서두름이 없다. 이 순간 이야기.. 2025. 4. 13.
문학, 상처 위에 피어난 연대의 언어 ■             문학, 상처 위에 피어난 연대의 언어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경사이자, 작가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가 돌아보아야 할 문화적 이정표다.그러나 수상 이후 일부 보수 진영에서 작품에 담긴 역사적 해석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문학이 정치의 그림자 아래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보수의 우려는 가볍게 여겨져선 안 된다. 그들의 상처는 오랜 세월 이념 갈등 속에서 반복된 오해와 누적된 분열의 기억 속에 뿌리내려 있다. 특히 소년이 온다>와 같은 작품이 한국 현대사 속의 비극을 다룰 때, 그 서술의 방향이 편향되어 있거나 일방적이라 느끼는 이들에게는 문학이 공감보다는 배제의 언어로 다가올 수 있다. 그들은 문학이.. 2025. 4. 13.
불의 계절, 기도의 손 ■ 불의 계절, 기도의 손 김왕식 . 한 아이가 무릎 꿇는다.세상은 무너지고 있었다.정치의 혀는 서로를 찢으며,경제의 심장은 뿌리째 흔들려하루하루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인 시대.그리고 산불.산 하나가 타오르고,마을이 타고,사람들의 기억이 타고,마침내 하늘마저 붉게 물든다.모든 것이 타는 그 자리,모두가 등을 돌린 그 순간—그 소녀는, 한없이 작은 몸으로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듯조용히, 아주 조용히,두 손을 모아 무릎을 꿇었다.그 손엔 무엇이 들렸을까.검은 재를 움켜쥔 손바닥일까.부서진 희망을 꿰매려는 실밥일까.아니면, 단지 누군가의 안녕을 비는뜨거운 눈물 한 방울.. 2025. 4. 12.
고요를 낚는 사람 ■                      고요를 낚는 사람                                    김왕식  새벽은, 언제나 조용히 다가온다.숨결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낮게.세상의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그 시간—누군가는, 낚시 도구를 챙긴다.조심스럽게.마치 마음을 꺼내듯, 주섬주섬.그것은 단지 물고기를 위한 채비가 아니다.어제의 소음을 벗고,오늘의 고요를 맞이하려는 의식이다.그는, 숲 속 저수지로 향한다.나무들은 잠든 듯 고요하고물은 속삭이는 듯 잔잔하다.그 사이를 천천히, 그는 걸어간다.낚싯대를 든 그의 모습은—자연 속에 스며든 한 줄기 호흡 같다.세상과 한 걸음 떨어진 곳.그곳에서 그는 세월을 낚고자 한다.낚싯대는 기다림의 언어이고무딘 바늘은, 삶의 흔적이다.날카로움은 닳아 .. 2025. 4. 12.
감성우편 ■                  감성 우편                         시인 변희자그냥 생각나고그으냥 보고 싶고이유는 모르겠어걸음은 아기 걸음마음이 바람결 따라살금살금 건너가그냥  생각나서자꾸 보고 싶어서말 안 해도 알아하트풍선 퐁퐁퐁以心傳心  우리 참 좋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감성 우편'은 제목부터가 이미 한 통의 수줍은 편지다.시인은 ‘그냥’이라는 반복어 속에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의 본질을 담아낸다. 이유 없는 그리움, 이유 없는 보고픔—이 모든 감정은 오히려 말로 표현될 수 없기에 더 진실되고 순수하다. 그 마음은 '아기걸음'처럼 조심스럽고, '바람결 따라' 흐르는 듯 유연하면서도 진솔하다.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말 안 해도 알아 / 하트 풍선 퐁.. 2025. 4. 11.
대전의 추억 ■ 대전의 추억 이상엽한밭이라는 대전살기 좋은 도시다한때 대전에서 2년개업했었고환갑 지나 남도 쪽 놀러 가기좋다고대전에서 2년 살고갑천이 흐르고계룡산이 가깝고서해안까지 1시간 조금 더남도까지 달리면 남쪽 바다까지2시간살기 좋은 곳 ■시와 인술 사이, 사람을 품은 삶— 이상엽 박사를 말하다 김왕식 이상엽 박사는 정형외과 전문의다. 그러나 단순히 뛰어난 의학 지식과 수술 기술로 기억되기엔, 그의 삶은 훨씬 더 깊고 넓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특히 무릎 관절 치료에 탁월한 성과를 이뤄내며 ‘명의’로 .. 2025.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