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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대전의 추억

by 청람등불 2025. 4. 11.






                      대전의 추억  


                                           이상엽



한밭이라는 대전
살기 좋은 도시다
한때 대전에서 2년
개업했었고
환갑 지나 남도 쪽 놀러 가기
좋다고
대전에서 2년 살고

갑천이 흐르고
계룡산이 가깝고
서해안까지 1시간 조금 더
남도까지 달리면 남쪽 바다까지
2시간

살기 좋은 곳


 

 







시와 인술 사이, 사람을 품은 삶
— 이상엽 박사를 말하다


                                             김왕식

 


이상엽 박사는 정형외과 전문의다. 그러나 단순히 뛰어난 의학 지식과 수술 기술로 기억되기엔, 그의 삶은 훨씬 더 깊고 넓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특히 무릎 관절 치료에 탁월한 성과를 이뤄내며 ‘명의’로 불려왔다. 그의 손을 거친 수많은 무릎이 다시 일어섰고, 절망하던 이들의 삶에 다시 희망이 스며들었다. 사람의 관절을 바로 세우는 일은 단지 뼈와 연골의 조정이 아니라, 무너진 삶의 균형을 되돌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였다.

그의 진료실에는 늘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그것은 단지 치료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부모처럼, 형제처럼 대하는 그 마음이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다. 설명 하나에도 온기가 있다. 그는 수술보다 말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환자의 두려움을 먼저 껴안고, 그 마음의 주름까지 펴주는 그의 태도는 진정한 ‘인술’이라 할 만하다. 몸을 고치되 마음을 놓치지 않는 그의 진료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학이고 철학이다.

그런 그가 요즘 문학의 세계로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청람 문학회의 문을 두드린 이상엽 박사는, 매일 시를 읽고 느끼고, 때로는 글로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그는 자신을 ‘천생 이과 출신’이라 겸손하게 표현하지만, 과학의 세계를 살아온 사람에게도 시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수많은 사연을 마주한 그의 눈은 이미 시인의 눈이다. 단어를 다루는 손길조차 의사의 섬세함을 닮아 있다. 그는 문학 속에서도 사람을 진료한다. 다친 마음, 흐릿해진 감정의 관절을, 시를 통해 다시 세운다.

이상엽 박사의 삶은 단순히 ‘성공한 전문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며, 자신이 받은 것을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에게는 무료 진료를 마다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인다. 병이란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 스며든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치료의 경계를 넓혀왔다. 이것은 그가 걸어온 삶의 철학, 즉 사람을 중심에 둔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에게 의술은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고, 문학은 취미가 아니라 또 하나의 치료다. 인술과 시심, 과학과 감성이라는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위에서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아픔을 낫게 하는 손, 글로 마음을 건네는 손. 이 두 손이 만나 만들어내는 삶의 향기는 많은 이들에게 치유와 평화를 건넨다.

이상엽 박사는 사람을 고치는 의사이자, 사람을 품는 사람이다. 시를 읽는 마음으로 환자를 보고, 환자를 대하듯 시를 마주하는 그의 삶은 결국 하나의 큰 시이며, 곧 철학이다. 그의 존재가 문학과 인술 사이에 놓인 다리처럼, 세상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길이 되기를 소망한다.



ㅡ  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상엽 닥터의 짧은 글'대전의 추억'은 단순한 도시의 회고를 넘어서, 한 인간이 삶의 어느 한 시기를 통과하며 품은 애정과 사유를 담은 작품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그는 뼛속까지 이과라며 늘 “글에는 재주가 없다”라고 손사래를 치며 스스로를 낮추지만, 그의 글은 오히려 문인의 필치에 가까운 서정성과 진솔함으로 독자의 감정을 건드린다.

먼저 글의 형식은 시와 산문의 경계에 있는 자유로운 흐름이다. 마침표를 배제하고 행과 행 사이를 간결하게 끊어놓음으로써, 기억의 단편들이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밭이라는 대전 / 살기 좋은 도시다”라는 도입부는 마치 고향을 부르는 듯한 따뜻한 어조로 시작된다. 대전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단순한 지리적 설명이 아닌, ‘한밭’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땅과 정서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자신의 삶의 한 단락—개업과 퇴직 후 삶—을 대전과 연결 지어 회고한다.
“환갑 지나 남도 쪽 놀러 가기 좋다고 / 대전에서 2년 살고”라는 대목은 단지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인생의 전환기에서 장소가 가진 상징성을 보여준다. 대전은 단지 머문 곳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또 다른 길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쉼터였다.

자연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갑천이 흐르고 / 계룡산이 가깝고 / 서해안까지 1시간 조금 더 / 남도까지 달리면 남쪽 바다까지 2시간”이라는 구절은 도시의 지리적 장점을 넘어, 작가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기준—접근성과 자연과의 거리감—을 드러낸다. 이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최종적 문장에 가닿으며, 작가가 품고 있는 삶의 가치철학을 간결하게 요약한다.

이상엽 닥터의 작품 미의식은 복잡한 수사를 피하고, 기억의 밀도와 감성의 울림에 집중하는 데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지리적 배경을 통해 삶의 단순한 기쁨을 포착하며, 이는 시적 언어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그에게 있어 미는 장황함 속이 아니라 일상의 소박함 속에 깃들어 있으며, 삶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가는 노정이다.

요컨대, 이 글은 단순한 지역 찬사가 아니라, 인생의 한 단락에서 마주한 장소에 대한 애정과 명상의 기록이다. 그의 글은 기술적 문장력이 아니라 진심에서 비롯한 울림으로 다가오며, 그 진솔함 자체가 바로 이 글의 문학적 가치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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