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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감각의 여인 김윤미, 시와 차의 미학을 입다

by 청람등불 2025. 4. 11.



 





감각의 여인, 시와 차의 미학을 입다
— 자운 김윤미 선생





                     김왕식




김윤미 선생에게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자줏빛 구름처럼 고운 빛깔의 ‘자운(紫雲)’. 그녀를 처음 마주한 이라면 누구든, 그 이름처럼 고운 기품에 눈을 뗄 수 없다. 한 사람의 존재가 이토록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을까. 누구도 선뜻 소화하기 어려운 버건디 색안경과 핑크빛 코트조차, 자운의 감각 안에서는 온전히 제 빛을 발한다. 그것은 타고난 미적 감각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예술로 가꾸려는 삶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 김윤미 선생은 패션의 여왕이기 이전에, 삶을 시처럼 입고 차처럼 우리며 살아가는, 한 편의 우아한 시 그 자체다.

그녀의 얼굴엔 늘 미소가 피어 있다. 억지로 지은 웃음이 아닌, 삶의 굴곡을 수없이 넘어온 자만이 품을 수 있는 따뜻하고 너그러운 미소. 그 미소 하나에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말을 걸며,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는다. 김윤미 선생의 미소는 하나의 향기이자, 조용한 시 한 줄이다. 그녀는 차를 따를 때나 시를 낭송할 때나, 모든 손짓 하나하나로 타인을 어루만진다.

시를 사랑하는 그녀는 시처럼 사람을 대하고, 시처럼 사유하며 살아간다. 낭송하는 목소리는 단순한 낭독이 아니라 마음의 결을 따라 흐르는 숨결 같다. 입는 옷처럼 절제된 언어, 찻잔의 온기처럼 따뜻한 울림. 그녀에게 시는 삶을 바라보는 창이며, 세상을 건너는 다리이다.

찻자리를 차리는 일 또한 그녀에게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꽃을 꽂고, 찻잔을 고르고, 끓는 물에 마음을 우려낸다. 그녀는 물의 온도에서 침묵을 읽고, 찻물의 빛에서 감정을 살핀다. 섬세하고 고요한 감각은 시인의 눈과 예인의 손끝이 만나 이룬 조화다. 그녀에게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이자 쉼이요, 깊은 위로다.

김윤미 선생의 삶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다. 쉽게 흔들리지 않되, 언제나 유연하다. 세상의 거친 바람에도 결코 자기만의 중심을 놓지 않으며, 고요한 미소로 응답해 왔다. 그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이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감각을 삶의 형태로 빚어내는 그 모습은 진정한 자존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녀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를 낭송하고, 찻잔을 건네고, 눈빛을 마주하며 수많은 마음을 위로한다. 김윤미 선생은 감각의 여인이자 위로의 여인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귀히 여기고, 사람의 결을 사랑하며, 삶의 품격을 실천하는 사람.

그녀의 삶은 눈부시지 않지만 깊고 은은하다. 시와 차, 그리고 조용한 미의식으로 가꾸어진 일상은 자운 김윤미 선생만의 고유한 향기를 품는다. 한 송이 꽃처럼, 한 잔의 찻물처럼, 김윤미 선생은 세상에 조용한 아름다움을 건넨다. 그것은 예인이라 불릴 수 있는 삶, 곧 진정한 미의 증명이 된다.



□ 시



                      자운의 시간






그녀는 걷는다, 구름의 속도로
버건디 안경에 하루를 눌러쓰고
핑크빛 코트로 바람을 접는다
가장 어려운 색을 가장 자연스럽게 입는
한 송이 자운, 그 자체로 계절이 된다

찻물 위로 낯선 침묵이 피어오르면
그녀는 향기로 말을 건넨다
꽃보다 먼저 피는 미소 하나
그 안에 고요히 떠 있는
위로의 언어, 시의 결

시는 그녀의 목소리를 빌려
가만히 사람의 마음을 걷는다
절제된 말 끝에 머무는 숨결
그 찰나마다
삶의 울림이 찻잔처럼 깊어진다

하루는 늘 찻자리로 시작된다
꽃을 꽂고, 물을 데우고, 마음을 따른다
눈빛을 마주하며 온도를 맞추는 시간
그녀는 차를 내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용히 다리를 놓는다

자운은 말없이 존재한다
빛나지 않으나 사라지지 않는 향처럼
그녀의 삶은
한 편의 시,
한 잔의 차,
그리고 그보다 오래가는 여운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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