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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한밭골에서의 하루

by 청람등불 2025. 4. 11.








           한밭골에서의 하루



                             시인 박진우




한밭골의 봄햇살 아래
오늘 몇 시간을
살았다
나 태어나 울 때처럼 낯선 날
보는 이는 웃었다
그때처럼
이들은 환하게 웃어주었다

웃음은 신선하였고
참된 기쁨은
낯선 얼굴들을
가족으로 물 드렸다

청람ㆍ소엽ㆍ안길근
백영호 김윤미 김광오
유숙희 노영선 이종식
박진우

이 이름들이 따뜻한
기억이 되어
뇌에 저장되었으니
이제 어디에서든
가족처럼 부를 수 있어
나는 다시 태어난
기쁨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진우의 시 '한밭골에서의 하루'는 ‘한밭골’이라는 공간적 배경 아래 펼쳐지는 짧고 따뜻한 체험을 통해, 삶의 근원적 기쁨과 공동체적 사랑을 조용히 증언한다.
시인은 하루 동안 겪은 정서적 변화와 만남을 “태어나 울 때처럼 낯선 날”이라는 구절로 연결함으로써, 인생의 새 출발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서사는 하루의 일상에서 존재론적 기쁨과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작가의 삶의 가치철학을 내포한다.

작가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기쁨’과 ‘웃음’이라는 감정적 교류를 실현하며, 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닌 존재의 전환점으로 기능한다.
“참된 기쁨은 / 낯선 얼굴들을 / 가족으로 물들였다”는 표현은 낯설었던 타인이 정서적 유대를 통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인의 공동체적 미의식을 드러낸다.
이는 이기적 자아에서 벗어나 타인을 향해 열린 존재로 변모하는 자아의 모습으로 읽힌다.

또한 마지막 연에 나열된 이름들은 그저 인명 나열이 아니라, 시인이 체험한 ‘삶의 환대’를 구체적이고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시인의 뇌에 저장된 이 따뜻한 이름들은 이후 삶에서도 ‘가족처럼’ 불릴 수 있는 존재들로 남는다.
이러한 기억의 저장은 단순한 추억이 아닌, 인간 존재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힘으로 기능하며, 이것이 바로 시인이 지향하는 인간관이자 미학이다.

요컨대, 박진우 시인은 일상의 한순간, 낯선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류 속에서 인생의 본질적 기쁨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다시 태어남’이라는 새로운 존재론적 인식을 선언한다.
이는 인간은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타인을 통해 확장된 존재로 거듭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박진우 시인의 시는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인간다운 삶, 그 따뜻한 미의식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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