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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비움과 채움

by 청람등불 2025. 4. 10.







                      비움과 채움

          



                            시인 변희자





도시에는
많은 것이 있다

허나 외롭다

자연에 가면
없는 것 많아도

마음 가득 찬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의 시 '비움과 채움'은 단아한 시어 속에 시인의 삶의 철학과 미의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시는 단 여섯 줄의 간결한 구성으로, 도시와 자연이라는 두 세계를 대비시키며 삶의 본질적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도시에는 많은 것이 있다’는 진술은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고 편리한 문명의 공간을 말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허나 외롭다’는 고백은 그러한 풍요 속에 숨겨진 인간 소외의 정서를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문명의 번잡함 속에서도 진정한 충만을 느끼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반면, ‘자연에 가면 / 없는 것 많아도’라는 구절은 결핍의 공간처럼 보이는 자연을 통해 외려 내면의 충만함을 경험하게 됨을 보여준다. ‘마음 가득 찬다’는 결론은 시인의 가치철학이 ‘소유’가 아닌 ‘존재’와 ‘느낌’에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는 비움 속에서 진정한 채움을 얻는다는 동양적 무위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다.

변희자 시인은 이러한 대비를 통해 독자에게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묻는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삶은 ‘많은 것’을 가지는 데 있지 않고, 적더라도 ‘마음이 가득 찬’ 상태, 즉 자연과의 교감과 내면의 평화를 통해 완성된다고 본다.

이처럼 시인은 과장 없는 시어, 절제된 표현 속에 존재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냈으며, 그것이야말로 그의 미의식이 지향하는 바이다. 삶의 진실을 간명하게 드러내는 이 시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고요한 울림을 선사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