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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삼경三更의 빗소리 2 ㅡ 희망은 빗방울에 숨어 온다

by 청람등불 2025. 4. 10.

 




 
 

 
봄비가 그친 자리,
달빛은 다시 웃고
씨앗은 태양을 향해 꿈틀댄다.
 
 

 

 
 

 
 
 
         
 
삼경三更의 빗소리 2
ㅡ희망은 빗방울에 숨어온다
 
 
 
 
 
                             청람 김왕식
 
 
 
 
 
삼경三更의 창가, 어김없이 봄비가 속삭인다. 어둠이 길어지고 마음이 자꾸만 무거워지는 밤, 봄비조차 밤잠을 설친다. 조용한 속삭임이 아니라, 어디선가 들끓는 민심의 떨림이다. 저마다 입을 다물고 있지만, 창밖의 비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속삭인다.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써 웃던 얼굴들이 비에 젖는다. 거짓의 껍질은 빗속에서 투명해지고, 진실은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그럼에도, 달빛은 구름을 뚫고 희미하게나마 땅을 비춘다. 무너진 담벼락 틈에서 민들레 한 송이가 다시 고개를 든다. 삼켜졌던 말들이 다시 입술 위로 떠오르고, 닫힌 마음은 봄비의 젖은 향기에 슬며시 열린다.
 
절망이 깊은 곳에서 희망은 더 단단해진다. 이 땅을 비추는 태양은 결코 방향을 잃지 않는다. 뒤엉킨 말들 속에서도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고, 그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문다. 봄비는 더 이상 속살거리지 않는다. 울음을 닦은 듯, 고요하게 흙을 적시며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비는 그치고 땅은 깨어난다. 달빛은 다시 제 자리를 지키고, 태양은 머지않아 산등성이를 넘어온다. 어둠에 눌려 있던 마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봄비의 우수는 다시금 희망의 미소로 피어난다. 절망의 밤을 견딘 자에게만 새벽의 첫 빛이 허락되듯, 우리는 그 봄을 향해 간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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