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합니다.
  • '수필부문' 수상 등단, '평론부문' 수상 등단, '시부문' 수상 등단, 한국문학신문 공모 평론부문 대상 수상
청람과 수필

청람서루 방문기 ㅡ 시인 변희자

by 청람등불 2025. 4. 13.







               청람서루 방문기



                           시인 변희자




어제까지만 해도 얇게 입으면 몸이 움츠러들었었다. 아직 아기 봄바람이
따뜻한 가슴에 깃들려 하려는 것일 게다.
오늘은 아기 봄바람 따뜻이 품고 친구와 일산을 가는 날이다. 마음 맞는 친구와의 봄나들이다. 친구의 핸드폰 문자가 떴다. 승강장으로 전철이 가고 있고, 3칸 1열에 앉아 있다고 한다.
경쾌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전철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틈으로
보이는 친구의 모습 환한 웃음이
꽃향기로 봄바람처럼 전해왔다.
전철에 나란히 앉아 마주 보고 가볍게 안부를 묻고 주의 사람들 눈치를 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간이 뒤로 가며 추억은 쌓이고 전철은 앞으로 앞으로 제 나아갈 길 서두름이 없다. 이 순간 이야기꽃만으로도 정이 흐르고 차창 밖에도 햇살이 친구로 마치 우리와 같이 동행하는 거 같은 기분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도착한
일산역 대합실 친구와 내가 만나고자
했던 청람 김왕식 님이 마중 나와 있었다. 멀리서 반갑게 맞아 주셨지만
우리는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빨간 니트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젊고 지적으로 보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청람서루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보이는 것이나 궁금한 것 묻고 대답하며 봄날의 정오에 일산을 알아갔다. 특히 같은 스승님 모시고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스승님에 대한 추억 얘기는 끝이 없었다.
산책하기 적당한 걸음에 도착한
청람서루 연구실 느낌은 사랑방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깔끔하게 놓인 장식품들이 먼저 반겨준다. 조금 지나서 연구실 가운데는 책상이 아주 길게 자리하고 벽 네 곳은 여러 종류의 책들이 가지런히 가득 세워져 있다.
정리 정돈이 아주 세련되어 있는 것이 방문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받았다. 따끈한 물을 끓여서 내어 주신다. 봄이지만 낮은 기온 탓에 내려간 체온이 올라가며 몸 안에 아지랑이를 만든다.
책상에 마주 앉아 청람 선생님의 지나온 얘기를 듣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남보다 특이한 시간을 지나온 삶이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얘기는 중단되고
점심을 먹어야 해서 연구실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연구실로 되돌아왔다.
책이 가득 들어찬 곳에서 마시는 커피 어쩌면 꿈일 수도 있는 장면,
청람님께서 타주신 커피는 점심 후에 기억에 남는 향기로 남았다. 청람서루는 청람 님의 내일을 꽃피우는 곳이다.
다른 문단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며 청람 님의 고매한 인품이 집대성된 문학 단체다. 청람 서루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어떤 방향으로 엮어 나갈지를 듣는 유익하고 의미 있는
오후를 보냈다.
청람 님은 멋진 사람이었다. 언제나 꿈과 도전이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멈칫함이 없었다.
헤어지는 순간 도서출판 청람서루 첫 작품인 '배선희 시인 제2 시집' 상ㆍ하 두 권을 청람 님의 깔끔한 글씨로 사인 담아 선물해 주셨다. 가슴에 품었다.

친구와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선물 받은 하루를 즐겼다.
청람서루의 무궁한 발전과 문단에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청람서루에서 나눈 봄날의 인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선생님의 따스한 방문기, 정성 어린 기록 잘 읽었습니다.
아기 봄바람을 품고 길을 나선 그날의 설렘과 환희가 문장마다 고스란히 깃들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에도 봄이 스며들었습니다. 일산으로 향하는 전철 안, 친구의 환한 웃음, 창밖을 따라 흐르던 햇살까지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청람서루로 향하는 길 위에서 오간 담소와 봄의 정취, 허만길 스승님에 대한 회상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같은 스승을 모시고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그날의 대화 속에서 고요히 피어났을 줄 압니다.

남정네의 어설픈 손길로 끓인 물 한 잔, 식사 후의 커피 한 잔까지도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주신 선생님의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청람서루는 청람님의 내일을 꽃피우는 곳이다”라는 문장은 부끄러우면서도 가슴 깊이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그 진심 어린 표현은 청람서루를 비추는 가장 따뜻한 말빛이었습니다.

청람문학회를 “고매한 인품이 집대성된 문학 단체”라 일러주신 대목은 과분한 칭찬이자 앞으로의 길을 묵묵히 다져가야 할 사명으로 새겨집니다. 이 공간이 단순히 책상과 책장만이 있는 곳이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배우고 나누며, 삶과 문학을 함께 성찰하는 창조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선생님의 글은 단순한 방문기가 아니라, 봄날의 정취와 사람 사이의 정, 문학이 지닌 깊은 울림과 생명을 조용히 증언하는 서정시 한 편 같았습니다. 글을 읽고 난 후, 마치 따스한 햇살 한 줌을 손에 쥐고 돌아서게 되는 그런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날 함께한 시간이 봄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르기를 바랍니다.
귀한 걸음과 아름다운 기록,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청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