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합니다.
  • '수필부문' 수상 등단, '평론부문' 수상 등단, '시부문' 수상 등단, 한국문학신문 공모 평론부문 대상 수상

청람과 시문학64

소유의 그림자 ■                      소유의 그림자                                       시인 변희자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나를 아껴주는 이들이 많구나하며 살아왔다이제야 안다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언제부턴가작은 돌 하나라도 움켜쥐려 하면되돌아오는 건 질책뿐이었다착한 사람은빈손이어야 한다는 것꽃 한 송이를 품으려 하면그 향기마저 멀어져 간다는 것그게 진리였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소유의 그림자'는 삶의 후반부에서 도달한 깨달음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시다. ‘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는 첫 구절은 삶의 표면이 긍정적인 평가로 채워졌음을 드러내지만, 이어지는 ‘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이라는 반전의 고백은 내면의 공허와 실존적 각성을 시사한다.이는 단순.. 2025. 4. 8.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그대 발끝에 봄이 지더이다―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김왕식그대 가는 길목마다한 시대의 심장이 누웠다붉은 숨결로 피어난 진달래는사랑이 아닌 이별로 스러졌다그대는 침묵으로 시를 키우고나는 그 침묵을 노래로 불렀다바람은 아직도 그 구절을 더듬고산자락마다 그리움이 걸터앉는다누가 알았을까꽃잎 하나가 눈물 한 생이 될 줄을그리움의 뿌리는 땅보다 깊고이별은 피보다 붉다오늘도 나는그대의 언어로 봄을 견디며한 줄기 시를 꺾어 가슴에 꽂는다그대여, 그 발끝에 지던 봄이아직, 여기에 머문다ㅡ 청람 2025. 4. 8.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시인 이상엽어느 결에파란 교통 통장을 받는나이가 되었네무료 노인 지하철 통장덜컹덜컹가는 길에보고 싶은 기사도 보고여러 유튜브, 시도 읽고앞에 있는 노인 보면뿔난 노인도 보이고미소 짓는 노인도 보이고뿔난 노인은고집 세고 거친 말투로뿔이 보이고점점 뿔이 커진다미소 짓는 노인들은옆에 앉으니마음이 편안하다나도 노인으로보이겠지뿔난 노인일까?미소 짓는 노인일까?일부러라도거울 보고미소 지어 본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이상엽 시인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그의 은 '무료 지하철'이라는 현실적인 일상에서 출발하여, 노년의 자화상을 위트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덜컹거리는 전동차 안에서 유튜브도 보고, 시도 읽는 ‘현대적 노인’.. 2025. 4. 8.
시루본 ㅡ 시인ㆍ평론가 이오장 ■                         *시루본                        시인ㆍ평론가 이오장하늘과 땅은 꽃이지구와 달은 별이 나누는데사람과 사람은 하나함께 숨 쉬며 한 숨결로 통한다당신은 숨 쉬는가옆 사람 숨소리 들리지 않는다면고개 돌려 귀를 열어라혼자만의 숨결에는 생명이 없다떡시루와 가마솥 사이의 틈지게와 작대기의 틈삶은 콩과 지푸라기의 틈그런 사이는 무엇으로 막을 수 있지만그대가 벌린 틈은 막을 수 없다오직 받아들이는 마음의 문 열고뜨거운 숨결을 나눠라이웃과의 벽을 허물고경쟁자 사이의 틈을 확인하라벌어진 거리는 더 멀어지고멀어진 사이에 된바람 불어그대의 삶은 허물어진다*  시루본 ㅡ  '시룻번'의 비표준어 □이오장 시인 약력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한국현대시인.. 2025. 4. 7.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안최호한 세월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가, 이제는 빈컨테이너의 낡은 기억을 남기고 조용히 부모 산소 곁에 누웠다.몇 날 며칠을 맴돌던 봄비는 오늘따라 유독 애처롭게 내린다. 그대 떠나는 길목마다 물기 어린 꽃잎들이 피어나 진달래는 울음처럼 붉고, 개나리는 목쉰 인사처럼 노랗다. 그대 마지막 길을 따라 흐르는 이 빗물, 어쩌면 그대가 못다 한 인사를 대신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컨테이너 안에서 섯다를 던지며 세월의 무늬를 읽고 웃음과 탄식 사이를 오가던 날들. 그리운 그 시간들이 지금은 먼지처럼 가슴에 내려앉는다.벚꽃보다 먼저 진 건, 꽃이 아니라 사람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짝을 지어 날아가는데 나는.. 2025. 4. 7.
흔적 ㅡ 시인 변희자 ■                             흔적                                 시인 변희자그리움은허공을 떠도는 발자국손끝 닿지 않는 빈 골목그리움은구름 끝에 걸린 바람가슴을 짓누르는 한숨그리움은눈 감아도 선명한 헛것없고 또 없는 머나먼 섬끝내이슬처럼 스러지는한 점 바람 속 흔적■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흔적'은 그리움이라는 정서의 실체를 부재와 허무 속에서 포착하려는 시적 사유의 정수를 보여준다. 삶의 구체를 넘어선 그리움의 형상화는, 결국 존재의 본질과 무상성에 대한 시인의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이 시는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으며, 결국 사라지고 마는 '흔적'의 존재론을 품고 있다.시의 첫 연에서 "허공을 떠도는 발자국.. 202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