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과 시문학64 할미꽃 진달래꽃 시인 강문규 ■ 할미꽃 진달래꽃 시인 강문규산들산들 봄바람봄 햇살 드리워진앞산에진달래 할미꽃 활짝 피었다꼬부랑 영감꼬부랑 할머니 두 손 꼭 잡고덧없이 흘러가는푸른 동강을 바라본다흰머리 잔주름에허리가 굽은 이 신세세월을 탓하랴누구를 원망하랴파란 하늘흘러가는 구름바라보며한숨만 내쉰다내곱던 허리는할미꽃이 되었고내 검은 머리는하얀 서리가 내렸구나무명저고리 무명치마에 검은 머리 진달래꽃 꽃아 준그 청춘이 그립다반백 년 세월휜 머리에진달래꽃 어울릴까마는그래도나는 꽃을 꽃아 준다검은 머리 휜 머리 되었어도봄에 핀 진달래꽃은옛 청춘 그대로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강문규 시인의 '할미꽃 진달래꽃'은 늙음과 청춘, 사랑과 그리움.. 2025. 4. 7. 시의 숨 ㅡ 시인 변희자 ■ 시의 숨 시인 변희자예쁜 시에실금을 낼 뻔했다시를 잘 쓰겠다는생각을 버리니시가 나를 놓아주었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짧은 시 '시의 숨'은 단순한 표현 속에 깊은 자각과 철학을 담고 있다. 시인은 ‘예쁜 시’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고백한다. ‘예쁜 시에 실금을 낼 뻔했다’는 첫 행은, 아름답기만 한 시가 자칫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시는 감상을 자극하는 외형적 미보다 존재의 진실을 담아야 한다는 시인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시를 잘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니 / 시가 나를 놓아주었다’는 구절은 삶과 예술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드러낸다. 시를 통.. 2025. 4. 7. 사월의 살풀이 창 밖사월의 봄비가추적추적내린다■ 사월의 살풀이창밖, 비는유리창에 남긴 오래된 입맞춤처럼가늘게, 그러나 깊이 흘러내린다황사의 외투를 입은 나무는잊혔던 이름 하나를 속삭이듯연둣빛 혀끝으로 빛을 어루만진다사월을 잔인하다 했던가꽃은 피기 전 가장 적막하고씨앗은 깨어나기 전 가장 단단하다비는 허물이다말라붙은 침묵의 껍질이한 겹씩, 조용히 벗겨지는 오후대지는 붉은 숨을 되찾고뿌리마다 잠든 맥박이먼 곳의 봄을 꿈틀이며 데려온다이 봄비는 문지방을 넘는 정령묻힌 것들을 불러 세우고흙 속 말들도 줄지어 일어선다너는 들었는가젖은 잎새 틈에서 피어나는말 없는 환희, 울음의 전언사월이여너는 흠뻑 젖은 기도이 생을 깨우는, 슬픈 축복이다ㅡ 청람 ■ 자작시 해설 '사월의 살풀이'는 ‘사월’이라.. 2025. 4. 6.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안최호한 세월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가, 이제는 빈컨테이너의 낡은 기억을 남기고 조용히 부모 산소 곁에 누웠다.몇 날 며칠을 맴돌던 봄비는 오늘따라 유독 애처롭게 내린다. 그대 떠나는 길목마다 물기 어린 꽃잎들이 피어나 진달래는 울음처럼 붉고, 개나리는 목쉰 인사처럼 노랗다. 그대 마지막 길을 따라 흐르는 이 빗물, 어쩌면 그대가 못다 한 인사를 대신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컨테이너 안에서 섯다를 던지며 세월의 무늬를 읽고 웃음과 탄식 사이를 오가던 날들. 그리운 그 시간들이 지금은 먼지처럼 가슴에 내려앉는다.벚꽃보다 먼저 진 건, 꽃이 아니라 사람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짝을 지어 날아가는데 나는.. 2025. 4. 6. 청람촌의 새벽을 깨우는 시인 ㅡ 백영호 작가에게 ■청람촌의 새벽을 깨우는 시인ㅡ백영호 작가에게 청람 김왕식새벽닭이 울기도 전, 청람촌의 어둠을 걷어내는 이가 있다. 아직도 해는 머뭇거리는데, 그의 글은 벌써 기지개를 켠다. 새벽이슬보다 먼저 깨어, 자연의 숨소리를 받아 적고, 들풀의 눈빛을 닮은 문장을 써 내려가는 시인, 백영호. 그가 쏟아내는 글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심장소리요, 사람의 눈물이며, 신의 숨결이다.그의 시는 사람의 가슴을 울린다. 그의 시는 세상을 흔든다. 그의 글은 ‘경천지 감귀신’이라 하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감동시키며, 읽는 자의 마음에 신령한 떨림을 전한다. 문단을 뒤흔드는 소용돌이, 그 중심엔 백영호가 있다. 그는 이미 시의 최전선에.. 2025. 3. 31. 존경의 바람으로 띄우는 글 – 시인 주광일을 기리며 ■존경의 바람으로 띄우는 글ㅡ시인 주광일을 기리며 청람 김왕식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 곧 한 시대의 빛나는 족적이 된다면, 주광일 시인은 바로 그 ‘바람’과 같은 존재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라는 엘리트의 길, 재학 중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검사의 길을 걸어 서울고검장, 고충처리위원장까지 국가의 중책을 두루 수행한 그는 행정과 법률의 최고 정점에 선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이러한 외형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삶 깊숙한 곳에는, 조국을 향한 한결같은 사랑과 시를 향한 순결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이미 경기고 시절, 석학 이어령 선생의 총애를 받으며 ‘시인’으로 명명된 그는, 그 이후로도 평생 시를 품고 살아온 원로 문인이자 정신의 탐구.. 2025. 3. 31. 이전 1 ···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