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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시의 숨 ㅡ 시인 변희자

by 청람등불 2025. 4. 7.



 

 




                             시의 숨  




                                   시인 변희자




예쁜 시에
실금을 낼 뻔했다

시를 잘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니

시가 나를 놓아주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의 짧은 시 '시의 숨'은 단순한 표현 속에 깊은 자각과 철학을 담고 있다. 시인은 ‘예쁜 시’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고백한다. ‘예쁜 시에 실금을 낼 뻔했다’는 첫 행은, 아름답기만 한 시가 자칫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시는 감상을 자극하는 외형적 미보다 존재의 진실을 담아야 한다는 시인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시를 잘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니 / 시가 나를 놓아주었다’는 구절은 삶과 예술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드러낸다. 시를 통제하려는 의식에서 벗어날 때, 시는 외려 자율성과 생명력을 얻는다. 이는 곧 시인의 미학이 ‘의도된 아름다움’이나 ‘기교의 완성’이 아닌, 삶 자체가 주는 숨결과 진실함에 있음을 말해준다.

변희자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은 ‘놓아주는 것’에 있다. 얽매이지 않는 태도, 세상과 예술을 향한 겸허함이 그의 시를 구성하는 내면적 축이다. 그의 미의식은 말의 과장을 걷어낸 맑고 투명한 언어 속에 숨어 있다. 시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깊은 호흡 속에서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숨결이라는 믿음. 그것이 이 짧은 시를 통해 독자에게 조용히 전달된다.

요건대, 작가는 이 시에서 시를 쓰는 일이 곧 자아를 내려놓는 길이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런 무위(無爲)의 자리에서 솟아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시인의 시세계는 시적 형식의 단순성 너머에 자리한 진실성과 존재성의 미학을 지향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