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과 시문학64 달걀 한 꾸러미 ㅡ 시인 강문규 ■ 달걀 한 꾸러미 청수 강문규 몇 날 며칠 닭장 속 달걀한 꾸러미 모았다.책보 어깨에 동여매고짚으로 엮은 달걀 꾸러미 챙겨졸졸 흐르는 냇물 징검다리 건넜다.깨어질까 신작로 길돌부리 비켜 가며교문에 들어섰다.교실에 도착해담임선생님께 드렸다.선생님 은혜에드릴 수 있는소박하고 순수한엄마의 마음이달걀 한 꾸러미다.선생님은내 머리를 쓰다듬으며고맙다는 인사엄마께 전하라신다.하굣길 행길 가 코스모스 꽃은산들바람에 넘실넘실 춤춘다.내 마음도 꽃이 되고 나비가 되었다.징검다리 건너언덕배기 넘으니돌담장 초가집이 보인다.벌써땅거미 내려앉고항아리 굴뚝 연기모락모락 피어난다.엄마는 아궁이에부지깽이 장작불 지펴저녁 밥상준비하시나 보다.. 2025. 3. 31. 침묵이 쓰는 시 ㅡ 시인 박진우 ■ 침묵이 쓰는 시 시인 박진우사랑이란고요 속에서만 흐르는 강침묵 속에서만 들리는바람의 언어나를 비운다순수함으로 한 겹 벗겨내고고요함으로 한 겹 접어둔다그리하여사랑하는 이를 마음에 새기면그는 오월의 꽃잎이 되어햇살의 숨결을 고요히 풀어내고가족을 마음에 깃들이면그들은 바람의 현이 되어자연스러운 선율로 흐르고친구를 마음에 들이면그는 추억의 새가 되어휘파람처럼 맑게 퍼진다만약마음속에 침묵을 이루는순수함과 고요함이 없을 때나는 무슨 힘으로그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박진우 시인의 시에는 외침이 없다. 그 대신, 속삭임도 아닌, ‘침묵’이 있다. 이 침묵은 비움의 결과로 다가온다. ‘나를 비운다’는 고백은 단지 존재를 지우.. 2025. 3. 31. 내 고향의 봄은 그렇게 달빛으로 운다 ■ 고향의 봄은 달빛으로 운다 김왕식밤이면 고요한 시골 마을에 달빛이 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물비늘처럼 스며든다. 마루 끝에 앉아 별을 세던 누이의 숨결 같은 그 빛은, 지금도 가슴 어딘가에 고요히 출렁인다. 감나무 가지 끝이 바람결에 살짝 흔들릴 때마다, 기억이라는 물웅덩이 속에 조용히 파문이 인다. 장독대 뒤로 어머니의 그림자가 스치고, 졸린 삽살개가 고개를 드는 밤—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서 달빛처럼 살아 있다.아침이면 햇살이 앞마당을 깨운다. 노란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울음을 틔우며 아장아장 걷는다. 갓 태어난 바둑이는 뒤뚱거리며 목줄 끝 하트모양 이름표를 찰랑인다. 그 작은 발소리가 흙길 위에 새기는 생의 시구(詩句) 같다. 손바닥 위.. 2025. 3. 31. 윤동주 시인의 '봄' ■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삼동을 참아온 나는풀포기처럼 피어난다즐거운 종달새야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푸르른 하늘은높기도 한데. ㅡ 윤동주의 시 "봄"은 서정성이 짙고, 자연과 인간 내면의 감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봄이라는 계절을 자신의 감정과 연결 지어, 새로운 생명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 줄,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에서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닌, 시인의 몸과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생명.. 2025. 3. 26. 이전 1 ···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