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 발끝에 봄이 지더이다
―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김왕식
그대 가는 길목마다
한 시대의 심장이 누웠다
붉은 숨결로 피어난 진달래는
사랑이 아닌 이별로 스러졌다
그대는 침묵으로 시를 키우고
나는 그 침묵을 노래로 불렀다
바람은 아직도 그 구절을 더듬고
산자락마다 그리움이 걸터앉는다
누가 알았을까
꽃잎 하나가 눈물 한 생이 될 줄을
그리움의 뿌리는 땅보다 깊고
이별은 피보다 붉다
오늘도 나는
그대의 언어로 봄을 견디며
한 줄기 시를 꺾어 가슴에 꽂는다
그대여, 그 발끝에 지던 봄이
아직, 여기에 머문다
ㅡ 청람
'청람과 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 아리랑 (0) | 2025.04.08 |
---|---|
소유의 그림자 (0) | 2025.04.08 |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0) | 2025.04.08 |
시루본 ㅡ 시인ㆍ평론가 이오장 (0) | 2025.04.07 |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0) | 2025.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