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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by 청람등불 2025. 4. 8.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시인 이상엽




어느 결에
파란 교통 통장을 받는
나이가 되었네
무료 노인 지하철 통장

덜컹덜컹
가는 길에
보고 싶은 기사도 보고
여러 유튜브, 시도 읽고

앞에 있는 노인 보면
뿔난 노인도 보이고
미소 짓는 노인도 보이고

뿔난 노인은
고집 세고 거친 말투로
뿔이 보이고
점점 뿔이 커진다

미소 짓는 노인들은
옆에 앉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나도 노인으로
보이겠지
뿔난 노인일까?
미소 짓는 노인일까?

일부러라도
거울 보고
미소 지어 본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상엽 시인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의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은 '무료 지하철'이라는 현실적인 일상에서 출발하여, 노년의 자화상을 위트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덜컹거리는 전동차 안에서 유튜브도 보고, 시도 읽는 ‘현대적 노인’의 모습은 과거의 노년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시선은 곧 또 다른 노인을 향한다.
뿔난 노인과 미소 짓는 노인—둘 중 하나로 나뉘는 풍경 속에서, 시인은 조용히 자기 성찰의 거울을 꺼낸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유쾌한 자기 객관화다.
 “나도 노인으로 보이겠지”라는 문장에서 드러나는 웃음 섞인 자각, 그리고 “일부러라도 거울 보고 미소 지어본다”는 마지막 구절은, 삶의 태도 하나로 세상과의 관계가 바뀔 수 있음을 넌지시 말해준다.
철학적 질문을 ‘지하철 통장’이라는 소재로 꺼내는 재치도 빼놓을 수 없다.

요컨대, 이 시는 ‘인생 후반전에도 유머와 성찰은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덜컹거리는 하루 속에서 ‘미소’라는 방향키를 제안한다. 뿔보단 웃음, 고집보단 온기—노년의 품격은 그 선택에서 시작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