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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부문' 수상 등단, '평론부문' 수상 등단, '시부문' 수상 등단, 한국문학신문 공모 평론부문 대상 수상
낡은 구두의 말
■ 낡은 구두의 말 김왕식신발장 구석, 빛바랜 갈색 구두 한 켤레.굽은 닳고 앞코는 긁히고 가죽은 주름졌다.버리자니 손에 밴 온기가 아쉽고,신자니 남의 눈이 걸리는 그 세월의 짝이었다.어느 날 문득, 손이 갔다.솔로 먼지를 털고, 헝겊으로 문지르며묵은 침묵을 닦아냈다.굽엔 조심스레 본드를 발랐다.발에 넣자마자, 낯익은 편안함이 되살아났다.오래된 그 구두는 여전히 발을 기억하고 있었다.거리로 나서자, 기억들이 발끝에서 깨어났다.첫 출근길의 긴장, 데이트하던 오후의 설렘,차분히 아버지 제사에 가던 날의 정적,그리고, 말없이 퇴직하던 그날의 허전함.그 모든 굽이마다구두는 말없이 걷고 있었다.한숨도, 미소도, 망설임도,시..
202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