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에세이35 존경의 바람으로 띄우는 글 – 시인 주광일을 기리며 ■존경의 바람으로 띄우는 글ㅡ시인 주광일을 기리며 청람 김왕식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 곧 한 시대의 빛나는 족적이 된다면, 주광일 시인은 바로 그 ‘바람’과 같은 존재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라는 엘리트의 길, 재학 중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검사의 길을 걸어 서울고검장, 고충처리위원장까지 국가의 중책을 두루 수행한 그는 행정과 법률의 최고 정점에 선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이러한 외형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삶 깊숙한 곳에는, 조국을 향한 한결같은 사랑과 시를 향한 순결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이미 경기고 시절, 석학 이어령 선생의 총애를 받으며 ‘시인’으로 명명된 그는, 그 이후로도 평생 시를 품고 살아온 원로 문인이자 정신의 탐구.. 2025. 3. 31. 고향의 봄은 달빛으로 운다 □국문과 재학 중군대 갔다.3월 접어들자고향 봄을 그리며병역수첩에깨알 같이끄적인 몇 줄옮긴다■ 고향의 봄은 달빛으로 운다 김왕식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달빛이 흐른다누이의 손을 잡고 별을 줍던 기억처럼그 은빛은 오래된 숨결로 내 가슴을 어루만진다밤은 말이 없고, 달은 오래된 편지처럼 반짝인다감나무 끝이 바람에 떨릴 때마다어머니의 그림자가 장독대 사이로 스며들고졸린 삽살개는 꿈결 속을 헤엄친다기억은, 달빛을 타고 되돌아오는 작은 짐승이다해가 뜨면 앞마당에 생명이 돋는다병아리는 노란 낱말이고갓난 바둑이는 뒤뚱이는 웃음이다이름표 끝 하트가 아침을 흔들며 달린다나는 손바닥에 세상을 올려놓고삐약삐약 소리로 대답했다그 무렵 .. 2025. 3. 31. 침묵이 쓰는 시 ㅡ 시인 박진우 ■ 침묵이 쓰는 시 시인 박진우사랑이란고요 속에서만 흐르는 강침묵 속에서만 들리는바람의 언어나를 비운다순수함으로 한 겹 벗겨내고고요함으로 한 겹 접어둔다그리하여사랑하는 이를 마음에 새기면그는 오월의 꽃잎이 되어햇살의 숨결을 고요히 풀어내고가족을 마음에 깃들이면그들은 바람의 현이 되어자연스러운 선율로 흐르고친구를 마음에 들이면그는 추억의 새가 되어휘파람처럼 맑게 퍼진다만약마음속에 침묵을 이루는순수함과 고요함이 없을 때나는 무슨 힘으로그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박진우 시인의 시에는 외침이 없다. 그 대신, 속삭임도 아닌, ‘침묵’이 있다. 이 침묵은 비움의 결과로 다가온다. ‘나를 비운다’는 고백은 단지 존재를 지우.. 2025. 3. 31. 내 고향의 봄은 그렇게 달빛으로 운다 ■ 고향의 봄은 달빛으로 운다 김왕식밤이면 고요한 시골 마을에 달빛이 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물비늘처럼 스며든다. 마루 끝에 앉아 별을 세던 누이의 숨결 같은 그 빛은, 지금도 가슴 어딘가에 고요히 출렁인다. 감나무 가지 끝이 바람결에 살짝 흔들릴 때마다, 기억이라는 물웅덩이 속에 조용히 파문이 인다. 장독대 뒤로 어머니의 그림자가 스치고, 졸린 삽살개가 고개를 드는 밤—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서 달빛처럼 살아 있다.아침이면 햇살이 앞마당을 깨운다. 노란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울음을 틔우며 아장아장 걷는다. 갓 태어난 바둑이는 뒤뚱거리며 목줄 끝 하트모양 이름표를 찰랑인다. 그 작은 발소리가 흙길 위에 새기는 생의 시구(詩句) 같다. 손바닥 위.. 2025. 3. 31. 윤동주 시인의 '봄' ■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삼동을 참아온 나는풀포기처럼 피어난다즐거운 종달새야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푸르른 하늘은높기도 한데. ㅡ 윤동주의 시 "봄"은 서정성이 짙고, 자연과 인간 내면의 감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봄이라는 계절을 자신의 감정과 연결 지어, 새로운 생명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 줄,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에서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닌, 시인의 몸과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생명.. 2025. 3. 26.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