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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 서루, 봄날의 서정 ■                    청람 서루, 봄날의 서정                                    청람 김왕식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뿌려질 때,그 빛은 무수한 시어로 쏟아진다. 겨우내 굳었던 대지에 첫 숨을 불어넣듯, 봄은 아무 말 없이 존재를 증명한다. 누군가의 사랑처럼, 또는 오래 묵은 용서처럼. 꽃이 핀다. 피어난다는 건 스스로를 열어 세상과 만나겠다는 결심이다. 살며 한 번쯤은, 말없이 핀 꽃 앞에 눈시울을 적셔본 적이 있을 것이다.들판에 흔들리는 유채꽃 무리, 그 노란 물결은 이별을 떠난 연인의 손수건 같고, 바람결에 스치는 벚꽃은 그리운 이름 하나가 피고 지는 순간을 닮았다. 그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자연은 기억한다. 봄날의 서정은 말보다 깊고, 시보다 조용하다. 마.. 2025. 4. 8.
소유의 그림자 ■                      소유의 그림자                                       시인 변희자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나를 아껴주는 이들이 많구나하며 살아왔다이제야 안다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언제부턴가작은 돌 하나라도 움켜쥐려 하면되돌아오는 건 질책뿐이었다착한 사람은빈손이어야 한다는 것꽃 한 송이를 품으려 하면그 향기마저 멀어져 간다는 것그게 진리였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소유의 그림자'는 삶의 후반부에서 도달한 깨달음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시다. ‘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는 첫 구절은 삶의 표면이 긍정적인 평가로 채워졌음을 드러내지만, 이어지는 ‘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이라는 반전의 고백은 내면의 공허와 실존적 각성을 시사한다.이는 단순.. 2025. 4. 8.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그대 발끝에 봄이 지더이다―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김왕식그대 가는 길목마다한 시대의 심장이 누웠다붉은 숨결로 피어난 진달래는사랑이 아닌 이별로 스러졌다그대는 침묵으로 시를 키우고나는 그 침묵을 노래로 불렀다바람은 아직도 그 구절을 더듬고산자락마다 그리움이 걸터앉는다누가 알았을까꽃잎 하나가 눈물 한 생이 될 줄을그리움의 뿌리는 땅보다 깊고이별은 피보다 붉다오늘도 나는그대의 언어로 봄을 견디며한 줄기 시를 꺾어 가슴에 꽂는다그대여, 그 발끝에 지던 봄이아직, 여기에 머문다ㅡ 청람 2025. 4. 8.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            뿔난 노인, 미소 짓는 노인                        시인 이상엽어느 결에파란 교통 통장을 받는나이가 되었네무료 노인 지하철 통장덜컹덜컹가는 길에보고 싶은 기사도 보고여러 유튜브, 시도 읽고앞에 있는 노인 보면뿔난 노인도 보이고미소 짓는 노인도 보이고뿔난 노인은고집 세고 거친 말투로뿔이 보이고점점 뿔이 커진다미소 짓는 노인들은옆에 앉으니마음이 편안하다나도 노인으로보이겠지뿔난 노인일까?미소 짓는 노인일까?일부러라도거울 보고미소 지어 본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이상엽 시인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그의 은 '무료 지하철'이라는 현실적인 일상에서 출발하여, 노년의 자화상을 위트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덜컹거리는 전동차 안에서 유튜브도 보고, 시도 읽는 ‘현대적 노인’.. 2025. 4. 8.
시루본 ㅡ 시인ㆍ평론가 이오장 ■                         *시루본                        시인ㆍ평론가 이오장하늘과 땅은 꽃이지구와 달은 별이 나누는데사람과 사람은 하나함께 숨 쉬며 한 숨결로 통한다당신은 숨 쉬는가옆 사람 숨소리 들리지 않는다면고개 돌려 귀를 열어라혼자만의 숨결에는 생명이 없다떡시루와 가마솥 사이의 틈지게와 작대기의 틈삶은 콩과 지푸라기의 틈그런 사이는 무엇으로 막을 수 있지만그대가 벌린 틈은 막을 수 없다오직 받아들이는 마음의 문 열고뜨거운 숨결을 나눠라이웃과의 벽을 허물고경쟁자 사이의 틈을 확인하라벌어진 거리는 더 멀어지고멀어진 사이에 된바람 불어그대의 삶은 허물어진다*  시루본 ㅡ  '시룻번'의 비표준어 □이오장 시인 약력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한국현대시인.. 2025. 4. 7.
노오란빛 사이로 문학이 피어날 때 ■      노오란 빛 사이로 문학이 피어날 때   파란 하늘 아래 노오란 개나리꽃이 흐드러진다. 햇빛은 그 꽃 사이를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와, 제 빛깔을 한층 더 노랗게 물들이며 풍경의 한 부분이 된다. 그 빛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마치 분홍빛 향기가 은은히 풍겨올 것만 같다. 봄이 만든 색채의 삼중주는 자연의 손끝에서 조화롭게 울려 퍼진다. 파란 하늘, 푸른 물결, 노란 꽃송이. 이 세 가지 색은 봄이라는 계절의 노래가 되어 우리 가슴에 조용히 스며든다.호수 곁에는 능수버들이 바람에 실려 나부낀다. 그 가지의 흔들림은 마치 자연의 숨결 같아, 잠시 멈춰 서게 한다. 그 잔잔한 움직임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잉어 한 마리가 물살을 가르며 다가온다. 물 위에 그려지는 유려한 곡선, 물고기의 움직임이 곧.. 202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