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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시인에게
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김왕식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짐 하나 지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길을 걸었다
한 장의 입춘대길도
그대 손에 들리면 시가 되었고
굴러온 돌멩이 하나조차
그대 눈에 닿으면 별이 되었다
세상의 끝자락에서
그대는 스스로를 ‘한평생 소풍 온 아이’라 불렀지만
그 말속엔
고통을 껴안은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웃음이 있었다
가난했으나 비굴하지 않았고
미쳤다 했으나 누구보다 맑았으며
버려졌으나 누구보다 귀히 여겼다
살아 있음의 모든 흔적을
이제 그대는 하늘에 들었고
하늘은 다시 시가 되었다
당신이 남긴 한 줄의 시가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붙든다
그러니 이제 안심하소서
슬리퍼 벗어 구름 위에 두시고
잠시 그곳 평상에 누우시길
이승의 바람, 아직도 그대를 그리워하오니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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