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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안최호한 세월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가, 이제는 빈컨테이너의 낡은 기억을 남기고 조용히 부모 산소 곁에 누웠다.몇 날 며칠을 맴돌던 봄비는 오늘따라 유독 애처롭게 내린다. 그대 떠나는 길목마다 물기 어린 꽃잎들이 피어나 진달래는 울음처럼 붉고, 개나리는 목쉰 인사처럼 노랗다. 그대 마지막 길을 따라 흐르는 이 빗물, 어쩌면 그대가 못다 한 인사를 대신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컨테이너 안에서 섯다를 던지며 세월의 무늬를 읽고 웃음과 탄식 사이를 오가던 날들. 그리운 그 시간들이 지금은 먼지처럼 가슴에 내려앉는다.벚꽃보다 먼저 진 건, 꽃이 아니라 사람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짝을 지어 날아가는데 나는.. 2025. 4. 7.
흔적 ㅡ 시인 변희자 ■                             흔적                                 시인 변희자그리움은허공을 떠도는 발자국손끝 닿지 않는 빈 골목그리움은구름 끝에 걸린 바람가슴을 짓누르는 한숨그리움은눈 감아도 선명한 헛것없고 또 없는 머나먼 섬끝내이슬처럼 스러지는한 점 바람 속 흔적■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흔적'은 그리움이라는 정서의 실체를 부재와 허무 속에서 포착하려는 시적 사유의 정수를 보여준다. 삶의 구체를 넘어선 그리움의 형상화는, 결국 존재의 본질과 무상성에 대한 시인의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이 시는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으며, 결국 사라지고 마는 '흔적'의 존재론을 품고 있다.시의 첫 연에서 "허공을 떠도는 발자국.. 2025. 4. 7.
할미꽃 진달래꽃 시인 강문규 ■                  할미꽃 진달래꽃                                          시인 강문규산들산들 봄바람봄 햇살 드리워진앞산에진달래 할미꽃 활짝 피었다꼬부랑 영감꼬부랑 할머니 두 손 꼭 잡고덧없이 흘러가는푸른 동강을 바라본다흰머리 잔주름에허리가 굽은 이 신세세월을 탓하랴누구를 원망하랴파란 하늘흘러가는 구름바라보며한숨만 내쉰다내곱던 허리는할미꽃이 되었고내 검은 머리는하얀 서리가 내렸구나무명저고리 무명치마에 검은 머리 진달래꽃 꽃아 준그 청춘이 그립다반백 년 세월휜 머리에진달래꽃 어울릴까마는그래도나는 꽃을 꽃아 준다검은 머리 휜 머리 되었어도봄에 핀 진달래꽃은옛 청춘 그대로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강문규 시인의 '할미꽃 진달래꽃'은 늙음과 청춘, 사랑과 그리움.. 2025. 4. 7.
시의 숨 ㅡ 시인 변희자 ■                             시의 숨                                     시인 변희자예쁜 시에실금을 낼 뻔했다시를 잘 쓰겠다는생각을 버리니시가 나를 놓아주었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짧은 시 '시의 숨'은 단순한 표현 속에 깊은 자각과 철학을 담고 있다. 시인은 ‘예쁜 시’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고백한다. ‘예쁜 시에 실금을 낼 뻔했다’는 첫 행은, 아름답기만 한 시가 자칫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시는 감상을 자극하는 외형적 미보다 존재의 진실을 담아야 한다는 시인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시를 잘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니 / 시가 나를 놓아주었다’는 구절은 삶과 예술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드러낸다. 시를 통.. 2025. 4. 7.
사월의 살풀이 창 밖사월의 봄비가추적추적내린다■                    사월의 살풀이창밖, 비는유리창에 남긴 오래된 입맞춤처럼가늘게, 그러나 깊이 흘러내린다황사의 외투를 입은 나무는잊혔던 이름 하나를 속삭이듯연둣빛 혀끝으로 빛을 어루만진다사월을 잔인하다 했던가꽃은 피기 전 가장 적막하고씨앗은 깨어나기 전 가장 단단하다비는 허물이다말라붙은 침묵의 껍질이한 겹씩, 조용히 벗겨지는 오후대지는 붉은 숨을 되찾고뿌리마다 잠든 맥박이먼 곳의 봄을 꿈틀이며 데려온다이 봄비는 문지방을 넘는 정령묻힌 것들을 불러 세우고흙 속 말들도 줄지어 일어선다너는 들었는가젖은 잎새 틈에서 피어나는말 없는 환희, 울음의 전언사월이여너는 흠뻑 젖은 기도이 생을 깨우는, 슬픈 축복이다ㅡ 청람  ■ 자작시 해설 '사월의 살풀이'는 ‘사월’이라.. 2025. 4. 6.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안최호한 세월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가, 이제는 빈컨테이너의 낡은 기억을 남기고 조용히 부모 산소 곁에 누웠다.몇 날 며칠을 맴돌던 봄비는 오늘따라 유독 애처롭게 내린다. 그대 떠나는 길목마다 물기 어린 꽃잎들이 피어나 진달래는 울음처럼 붉고, 개나리는 목쉰 인사처럼 노랗다. 그대 마지막 길을 따라 흐르는 이 빗물, 어쩌면 그대가 못다 한 인사를 대신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컨테이너 안에서 섯다를 던지며 세월의 무늬를 읽고 웃음과 탄식 사이를 오가던 날들. 그리운 그 시간들이 지금은 먼지처럼 가슴에 내려앉는다.벚꽃보다 먼저 진 건, 꽃이 아니라 사람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짝을 지어 날아가는데 나는.. 202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