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과 시문학64 어느 시인의 슬픈 노래 ■ 어느 시인의 슬픈 노래 시인 서재용이 산 저 산흐드러지게 핀봄꽃들은 눈물도슬픔도 없어 좋겠다저마다아름다움 뽐낼 때양지바른 묘지 옆키 작은 할미꽃 하나늙기도 서럽거늘그대 할미꽃의눈물을 아는가?바람도 햇살도마음에 담아두면얼룩진 상처 흔들고까맣게 속 태울 때 있다아무리 영롱한 아침이슬도 마음밭에 품으면슬픈 눈물이 되고아무리 깊고 예쁜 사랑도지나간 후 상처가 되고추억이 되기도 하니연연하지 말고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흘러가게 보내줘라■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서재용 시인의 '어느 시인의 슬픈 노래'는 찬란한 봄꽃을 배경으로 시대의 아픔과 존재의 슬픔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시이다. 피어나는 봄꽃들을 향해 “눈물도 슬픔도 없어 좋겠다”라고 토로하.. 2025. 4. 10. 껍데기는 가라 ㅡ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신동엽 시인(1930~1969)은 충청남도 부여 출신으로, 20세기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민족의식과 현실인식을 가장 강하게 드러낸 저항 시인 중 한 명이다.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하고 교직에 몸담으며 문학 활동을 지속하였고.. 2025. 4. 10. 삼경三更의 빗소리 2 ㅡ 희망은 빗방울에 숨어 온다 □ 봄비가 그친 자리,달빛은 다시 웃고씨앗은 태양을 향해 꿈틀댄다. ■ 삼경三更의 빗소리 2ㅡ희망은 빗방울에 숨어온다 청람 김왕식 삼경三更의 창가, 어김없이 봄비가 속삭인다. 어둠이 길어지고 마음이 자꾸만 무거워지는 밤, 봄비조차 밤잠을 설친다. 조용한 속삭임이 아니라, 어디선가 들끓는 민심의 떨림이다. 저마다 입을 다물고 있지만, 창밖의 비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속삭인다.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써 웃던 얼굴들이 비에 젖는다. 거짓의 껍질은 빗속에서 투명해지고, 진실은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그럼에도, 달빛은 구름을 뚫고 희미하게나마 땅을 비춘다. 무너진 담벼락 틈에서 민들레 한 송이가 다시 고개를.. 2025. 4. 10. 삼경三更의 빗소리 1 ㅡ 이 땅의 울음일까 ? □ 달빛도 등 돌린 깊은 밤,봄비는 진실을 두드리고,민심은 담장 너머에서 운다. ■ 삼경三更의 빗소리ㅡ 이 땅의 울음일까? 청람 김왕식삼경三更이다. 시간의 끝자락에 선 창밖, 봄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의 깊은 근심처럼, 밤새 창틀을 두드리며 말을 건넨다. 꽃이 필 줄 알았던 계절이지만, 피어나야 할 자리마다 눅눅한 기척만 어른거린다. 저 비는 과연 봄비일까, 아니면 이 땅의 울음일까.길 잃은 나비처럼 부유하는 민심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표류한다. 빗물에 젖은 담쟁이는 담장을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어쩌면 그 담장은 수많은 약속으로 쌓아 올린 허울일지도 모른다. 그 위에 핀 말장난.. 2025. 4. 10.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시는돌멩이 하나, 강물에 던져본 일반드시 파문이 번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천상병은 구름을 주워 담았고이상은 꿈의 골목을 걸었으며서정주는 바람의 무릎에 귀를 댔다그들은큰 뜻 없이 쓴 듯,그러나 그 잉크는 별처럼 빛났다시는 연필심 같다쉽게 부러지지만잠깐의 어둠을 남긴다유명세란비 오는 날 대문에 걸린 현수막젖으면 지워지고, 바람 불면 찢긴다무명작가의 시도빛나지 않아도돌 속에 감춰진 금맥처럼 깊다종이 위에 눌러앉은 그 문장들하얀 눈 위에 남은 짐승의 발자국처럼잠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다시는 결국하루의 그림자를 모아가만히 접어두는 일이다ㅡ 청람 2025. 4. 10. 숨결의 연금술 ■ 숨결의 연금술 김왕식 숨결의 연금술김왕식 어둠 속,작은 숨결 하나. 보이지 않는 손이 와서단맛을 빚고,쓴맛을 건넨다. 발효는,말 없는 존재들의 연대.죽음을 품고도생명을 다시 내는,고요한 축제다. 포도당을 마신 이스트는언어를 거품처럼 부풀리고,술이라는 기억을 남긴다. 그 기억은,식초가 되어묘약이 된다. 한 방울의 변화 속에서우주는 들썩이고,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도사랑은,조용히 피어난다. 균들이 부리는이 마법 같은 연금술 속에서우리도,우리 밖의 세계도서서히,발효되고 있는지 모른다. 너와 나의 대화도,오래 두면 술이 되고,더 오래 두면식초가 되어진실을 정화한다. 세상.. 2025. 4. 10. 이전 1 2 3 4 5 6 7 8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