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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임계점 ■                감정의 임계점                       시인 변희자그런 것이었지번개가 번쩍 솟아나고천둥이 길게 울렸다막힌 틈을 비집고마그마가 끓어올랐다땅이 흔들리고물러설 곳이 없었다밀려오는 파도 앞에서나는 흔들렸다참고 또 참았지만하염없이 비가 내렸다아니기를 바랐지만■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시 '감정의 임계점'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분출된 감정의 마그마가 언어라는 화산을 통해 터져 나온 순간을 담고 있다.시인은 ‘번개’와 ‘천둥’, ‘마그마’, ‘흔들림’, ‘파도’, ‘비’ 같은 자연의 격정적 이미지를 통해 감정의 극한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이는 단지 일시적인 감정의 파장이 아니라, 한 존재를 향한 지속적이고 깊은 사랑의 울림이다.시인은 억누르던 마음이 더 이상 .. 2025. 4. 8.
찻잔 속의 시 한 줄 ■                   찻잔 속의 시 한 줄늦은 오후였다.작은 산골 마을에 봄이 슬며시 찾아오던 날, 달삼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스승의 방으로 들어섰다. 아랫목에는 따뜻한 찻물이 끓고 있었고, 벽엔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그림이 걸려 있었다.“스승님, 시는 왜 써야 하고 읽어야 하나요?”달삼의 물음에 스승은 찻잔을 건네며 미소 지었다.“달삼아, 시는 말이 안 되는 마음에 말을 붙여주는 거란다.”“말이 안 되는 마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스승은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우리 마음엔 가끔, 설명도 안 되고 이유도 없는 감정이 생기지. 기쁨도 슬픔도, 때로는 외로움도. 그런 마음을 꺼내어 다듬는 게 시란다. 말로 하긴 어렵지만, 짧은 시 한 줄이 그런 마음을.. 2025. 4. 8.
겉껍질, 속껍질, 열매 ■        겉껍질, 속껍질, 열매                                 시인 이상엽알밤 하나겉껍질, 속껍질, 속알밤책 한 권겉표지, 속표지, 속 내용세상 많은 것이껍질 2개, 속의 진짜가있는 것 같다우리네도3겹겉으로 보이는그럴싸한 겉표지에고라는속표지로자신을 보호하지속살은영혼원래의 나, 참나겉으로 보이는겉껍질로등급이 매겨지지만깊이 있는 열매가참 등급이라■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이상엽 시인의 시 '겉껍질, 속껍질, 열매'는 평생 의학과 자연과학을 탐구해 온 작가의 지적 깊이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간결한 언어 속에 응축한 작품이다. 이 시는 밤알이라는 일상적인 자연물에서 출발하여 인간 존재의 구조적 층위를 조명하고,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외면이 아닌 내면의 '열매'에서 찾으려는 철학적.. 2025. 4. 8.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청람 김왕식하늘은 그날 입을 닫았다.울음을 꾹 삼킨 구름들,말 잃은 새떼가 허공에 머물고능선은 마치 불길에 쫓기는 짐승처럼서둘러 몸을 접었다.숲은 함성도 없이 무너졌다.타는 나무의 비명은삶의 틈새마다 먹물처럼 번졌고집 한 채, 시간 한 덩이, 이름 없는 하루가재가 되어 흩어졌다.창백한 대문을 열면먼지보다 먼저 울음이 흘러든다.벽에 걸린 그리움의 액자,불타지 못한 한 줌의 기억은여전히 타닥타닥 심장을 찔렀다.텅 빈 마당, 무너진 식탁,고양이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잿더미 아래 눌려 숨을 죽였다."살았으니 다행"이라는 말은슬픔 앞에 놓인 허전한 방석 같았다.불은 떠났지만,그들의 심장엔 아.. 2025. 4. 8.
하늘의 시인에게 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하늘의 시인에게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김왕식그대는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짐 하나 지고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길을 걸었다한 장의 입춘대길도그대 손에 들리면 시가 되었고굴러온 돌멩이 하나조차그대 눈에 닿으면 별이 되었다세상의 끝자락에서그대는 스스로를 ‘한평생 소풍 온 아이’라 불렀지만그 말속엔고통을 껴안은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웃음이 있었다가난했으나 비굴하지 않았고미쳤다 했으나 누구보다 맑았으며버려졌으나 누구보다 귀히 여겼다살아 있음의 모든 흔적을이제 그대는 하늘에 들었고하늘은 다시 시가 되었다당신이 남긴 한 줄의 시가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붙든다그러니 이제 안심하소서슬리퍼 벗어 구름 위에 두시고잠시 그곳 평상에 누우시길이승의 바람, 아직도 그대를 그리워하오니ㅡ 청람 2025. 4. 8.
신 아리랑 ■                      신 아리랑                           시인 변희자로봇 팔이 국수를거침없이 말아준다멸치 우린 국물에 취하고금속팔 매끈한 매력에,춤사위에 흠뻑 빠져든다아리아리 쓰리쓰리아라리오교통카드 발매기 앞허리 굽은 노인이 버튼 저 버튼 헤매이다겨우 받은 차표 한 장아리아리 쓰리쓰리아아라리오오노인이 뒷걸음친다눈앞에 선 버스에는운전석에 기사가 없다아리아리 쓰리쓰리너머었구나■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은 MZ 중년이다.그의 시 '신 아리랑'은 전통과 현대, 인간과 기술,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풍경을 '아리랑'이라는 민요의 정조 속에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시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계문명 속에서 인간 존엄성과 소외의 문제를 놓치지 않으며, 그것을 비판하.. 2025.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