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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울리는글52

삼경三更의 빗소리 1 ㅡ 이 땅의 울음일까 ? □ 달빛도 등 돌린 깊은 밤,봄비는 진실을 두드리고,민심은 담장 너머에서 운다.   ■                삼경三更의 빗소리ㅡ 이 땅의 울음일까?                             청람 김왕식삼경三更이다. 시간의 끝자락에 선 창밖, 봄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의 깊은 근심처럼, 밤새 창틀을 두드리며 말을 건넨다. 꽃이 필 줄 알았던 계절이지만, 피어나야 할 자리마다 눅눅한 기척만 어른거린다. 저 비는 과연 봄비일까, 아니면 이 땅의 울음일까.길 잃은 나비처럼 부유하는 민심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표류한다. 빗물에 젖은 담쟁이는 담장을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어쩌면 그 담장은 수많은 약속으로 쌓아 올린 허울일지도 모른다. 그 위에 핀 말장난.. 2025. 4. 10.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시는돌멩이 하나, 강물에 던져본 일반드시 파문이 번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천상병은 구름을 주워 담았고이상은 꿈의 골목을 걸었으며서정주는 바람의 무릎에 귀를 댔다그들은큰 뜻 없이 쓴 듯,그러나 그 잉크는 별처럼 빛났다시는 연필심 같다쉽게 부러지지만잠깐의 어둠을 남긴다유명세란비 오는 날 대문에 걸린 현수막젖으면 지워지고, 바람 불면 찢긴다무명작가의 시도빛나지 않아도돌 속에 감춰진 금맥처럼 깊다종이 위에 눌러앉은 그 문장들하얀 눈 위에 남은 짐승의 발자국처럼잠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다시는 결국하루의 그림자를 모아가만히 접어두는 일이다ㅡ 청람 2025. 4. 10.
숨결의 연금술 ■ 숨결의 연금술 김왕식 숨결의 연금술김왕식 어둠 속,작은 숨결 하나. 보이지 않는 손이 와서단맛을 빚고,쓴맛을 건넨다. 발효는,말 없는 존재들의 연대.죽음을 품고도생명을 다시 내는,고요한 축제다. 포도당을 마신 이스트는언어를 거품처럼 부풀리고,술이라는 기억을 남긴다. 그 기억은,식초가 되어묘약이 된다. 한 방울의 변화 속에서우주는 들썩이고,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도사랑은,조용히 피어난다. 균들이 부리는이 마법 같은 연금술 속에서우리도,우리 밖의 세계도서서히,발효되고 있는지 모른다. 너와 나의 대화도,오래 두면 술이 되고,더 오래 두면식초가 되어진실을 정화한다. 세상.. 2025. 4. 10.
천년의 잎 ■                      천년의 잎                                소엽 박경숙사위진 연기 자락산 그늘까지 번지던 날,차마 너의 안부를 묻지 못했다붉디붉은 침묵이지리산 골짝마다 스미는 동안너만은 살아있기를,그 바람조차 죄처럼 두 손 모았다한때,햇살 한 사발에 목욕하던뽀얀 잎의 숨결대숲 바람과 눈 맞던 너를잊은 적 없기에청명의 골짜기곡우의 빗물 한줄기 머금은 너를 다시 만나니그윽한 향으로 말없이 품어 안는다그을린 숨결 너머에도다시 피어나는 것이 찻잎이라면내 마음도 너처럼한나절 향기로나 살아도 좋으리■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소엽 박경숙 시인은 자연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가만히 길어 올리는 시를 써온 작가이다. 특히 차(茶)에 대한 사랑은 단.. 2025. 4. 10.
흔적 ㅡ 시인 변희자 ■ 흔적 시인 변희자그리움은허공을 떠도는 발자국손끝 닿지 않는 빈 골목그리움은구름 끝에 걸린 바람가슴을 짓누르는 한숨그리움은눈 감아도 선명한 헛것없고 또 없는 머나먼 섬끝내이슬처럼 스러지는한 점 바람 속 흔적■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변희자 시인의 '흔적'은 그리움이라는 정서의 실체를 부재와 허무 속에서 포착하려는 시적 사유의 정수를 보여준다. 삶의 구체를 넘어선 그리움의 형상화는, 결국 존재의 본질과 무상성에 대한 시인의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이 시는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으며, 결국 사라지고 마는 '흔적'의 존재론을 품고 있다.시의 첫 연에서 "허공을 떠도는 발자국.. 2025. 4. 10.
할미꽃 진달래꽃 시인 강문규 ■                  할미꽃 진달래꽃                                          시인 강문규산들산들 봄바람봄 햇살 드리워진앞산에진달래 할미꽃 활짝 피었다꼬부랑 영감꼬부랑 할머니 두 손 꼭 잡고덧없이 흘러가는푸른 동강을 바라본다흰머리 잔주름에허리가 굽은 이 신세세월을 탓하랴누구를 원망하랴파란 하늘흘러가는 구름바라보며한숨만 내쉰다내곱던 허리는할미꽃이 되었고내 검은 머리는하얀 서리가 내렸구나무명저고리 무명치마에 검은 머리 진달래꽃 꽃아 준그 청춘이 그립다반백 년 세월휜 머리에진달래꽃 어울릴까마는그래도나는 꽃을 꽃아 준다검은 머리 휜 머리 되었어도봄에 핀 진달래꽃은옛 청춘 그대로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강문규 시인의 '할미꽃 진달래꽃'은 늙음과 청춘, 사랑과 그리움.. 2025.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