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글귀47 비탈길 ■ 비탈길 김왕식 . 사람들은 힘들다 말하지만나는 올라가는 법보다버티는 법을 먼저 배웠다가장 낮은 곳이가장 단단해야 한다기울어진 삶에도버틸 자리는 있다 ㅡ 청람 2025. 4. 14. 헌책방 4화.■ 헌 책방헌 책방은 시간이 머무는 곳이다. 새 책의 반짝임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누군가의 손때와 밑줄, 책갈피가 남아 있다. 정리된 지식보다는 어지러운 기억이, 깔끔한 글귀보다는 눌린 감정이 더 깊이 스며든다. 이곳에선 책이 말을 건다. 오래 기다렸다고, 지금 읽어달라고. 헌 책방은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한 사람을 다시 꺼내어준다.□달삼은 좁은 골목 끝, 조용히 열린 책방 문을 밀었다. 종이 냄새와 함께 묵은 시간들이 얼굴을 스쳤다.서가마다 가지런하진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오랜 묵언을 지켜온 책들이 있었다.“스승님, 새 책방은 반짝이는데, 여긴 묘하게 눅진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가라앉아요.”스승은 문득 손에 들린 책 한 권을 가볍게 쓸며 .. 2025. 4. 14. 기러기의 날개 ■ 기러기의 날개한 줄로 날아가는 건함께 가기 위해서다먼저 선 그늘을뒤따라 나누기 위해서다앞선다는 건뒤를 위한 희생이다ㅡ 청람 2025. 4. 14. 흑백사진 ■ 흑백사진 색을 잃은 대신선명함이 남았다그때의 표정, 눈빛, 거리모든 게더 또렷이 보인다추억은지운 색 위에 선다 ㅡ 청람 2025. 4. 14. 말보다 오래 남는 건 그날의 표정이다 ■말보다 오래 남는 건 그날의 표정이다 김왕식우리는 수많은 말을 주고받는다.그중 어떤 말은 며칠 만에 잊히고,어떤 말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하지만 사람의 마음에오래 남는 건 말이 아니라,그 말을 할 때의 ‘표정’이다.“사람은 말보다 먼저표정을 기억한다.”그날,아무렇지 않게 “괜찮아”라고 말했지만그 표정은 서늘했고,“좋아”라고 말했지만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그래서 말보다 더 선명하게 남은 건그 사람의 눈빛, 침묵, 그리고 떨림이다.표정은 거짓말을 못 한다.말은 감출 수 있지만표정은 감정의 거울이다.마음이 머무는 곳은목소리가 아니라 얼굴이다.“말은 잊히지만,그날의 표정은 마음에 박힌다.”사람과의 관계에서도진심은 표정에서 드러난다.기뻐할 때 함께 웃어준 얼굴,.. 2025. 4. 14. 버려진 화분 하나에서 피어난 것 ■ 버려진 화분 하나에서 피어난 것 김왕식아파트 단지의 구석,재활용품 더미 옆에 쓸쓸히 놓인 화분 하나.금이 가고, 흙은 갈라져 먼지를 품고,모든 가능성이 스러진 듯한 자리.그러나 그 속에서손톱만 한 푸른 잎 하나가말없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햇살 한 줄 스미지 않는 그늘,물기조차 사라진 메마른 흙 틈.무관심의 시간 속에서도그 작은 잎은 스스로를 놓지 않았다.수많은 발길은 지나쳤고,누군가는 그것을 '끝'이라 불렀지만,어떤 눈길은 그 자리에 잠시 멈췄다.그리고 마침내,금이 간 화분은 햇살 드는 창가로 옮겨졌고묵은 흙을 덜어낸 자리에조심스레 물이 스며들었다.푸른 잎은 날마다 아주 조금씩 자랐다.어제와 다를 바 없어 보이던 그 모습도오늘은 더 .. 2025. 4. 14.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