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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지식, 사람에게서 온다.

by 청람등불 2025. 4. 10.








               지식, 사람에게서 온다.


 

                     청람 김왕식


물은 아래로 흐르고, 스승의 지혜는 제자의 가슴에 고요히 스며든다. 달삼은 오늘도 스승의 곁에 앉아, 세상의 본질을 배운다.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지혜는 사람을 보고 배운다, " 스승의 말은 언제나 단단한 돌처럼 마음을 울린다. 그러던 날, 스승은 일본인의 성씨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를 꺼냈다.

"달삼아, 넌 일본의 성씨가 왜 그렇게 많은지 아느냐?" 스승은 조용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씨를 가진 나라다. 대략 10만 개가 넘는다고 하지. 우리나라는 300개 남짓인데 말이다."

달삼은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스승은 책장을 한 장 넘기며 이야기를 풀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통일하던 시절, 오랜 전쟁으로 남자들이 대부분 전장에서 죽었다. 그러자 왕은 여성들에게 외출할 땐 담요를 지고, 아랫도리엔 속옷을 입지 말도록 명했다. 남은 남자와 어디서든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한 조치였지."

달삼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정말 그랬단 말씀이신가요?"
"그래, 당시의 절박함이 그런 풍습을 만들었고, 그것이 오늘날 기모노의 속사정에도 이어졌단다. 팬티를 입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는 거지."

스승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 덕에 전장에서 살아남은 남자들은 어디서든 여자와 아이를 만들 수 있었고, 아버지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졌지. 그래서 이름을 지을 때, 아이가 태어난 장소를 따랐단다. 다케다(竹田)는 대나무 밭, 야마모토(山本)는 산기슭, 기노시타(木下)는 나무 밑에서 태어났다는 뜻이지. 다 장소에서 유래한 거란다."

달삼은 잠시 침묵했다. 인간이 만든 제도와 풍습이 생명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느낀 것이다. 스승은 이어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을 조롱만 해선 안 되지. 일본을 이기고 싶다면, 알아야 한다. 그들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경쟁력이 생긴다. 배움은 곧 성찰이란다."

달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닌 이면을 통해, 그는 또 하나의 지혜를 얻었다. 지식은 책에서 익히되, 지혜는 사람과 역사에서 길어 올리는 것임을.

스승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사람을 통해 배우는 건 쉬운 듯 어렵단다. 그러나 그 지혜는 평생을 밝히는 등불이 되지."

달삼은 그날, 스승의 말과 일본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며 돌아섰다.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했지만, 배움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