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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내 것만 말하고 믿는다 ㅡ 확증편향確證偏向

by 청람등불 2025. 4. 10.





 
고집스러운 사람
 
 
 

 
 
 

 
                     내 것만 말하고 믿는다
 
 
 
 
사람의 눈은 모든 것을 보는 듯하나, 실상은 마음이 보는 만큼만 볼 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그 본능에 맞서 진실을 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얼마나 고된 일인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우리는 이미 각인된 신념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왜곡된 채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스승과 달삼은 ‘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는 인간 내면의 거울을 마주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스승님, 사람들은 왜 자꾸 자기만 옳다고 믿을까요?”
“달삼아, 그건 ‘확증편향’이라는 놈 때문이다. 확인하고 싶은 것만 확인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인간이거든.”
“그럼 사람들은 진실보다 익숙함을 더 믿는다는 건가요?”
“그렇지. 예를 들어, 커피를 좋아하는 이는 ‘커피가 장수에 좋다’는 말엔 고개를 끄덕이지만, 카페인의 해로움엔 귀를 막지.”
달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도 똑같죠? A당 지지자는 A당 편 기사만 찾아보고, B당 지지자는 또 반대고요.”
“맞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기 믿음만 강화하는 정보를 찾으려 해. 그게 편하거든.”
“그럼… 우리는 늘 선입견 속에 사는 거군요?”
스승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뉴욕 지하철역에서 한 사진을 보여준 실험이 있어. 백인과 흑인, 양복과 작업복, 그리고 칼을 든 강도와 겁에 질린 피해자. 대부분 백인 응답자는 ‘칼 든 이는 흑인’이라 답했지. 하지만 실제 사진 속 강도는 백인이었단다.”
달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그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도 다르게 기억한 건가요?”
“그렇다.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가 눈에 비친 현실을 왜곡시킨 거지. 우리가 믿는 것과 다르면,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듣지 못하게 돼.”
“무서운 일이네요.”
“그래서 겸손이 필요하단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란 걸 늘 기억해야 해.”
달삼은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앉아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진짜를 볼 수 있을까요?”
스승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먼저 자신이 무지하다는 걸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내가 보는 것은 태평양 한 방울에 불과하단 걸 아는 사람은 다른 이의 말을 들을 줄 알지. 그런 사람만이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진실은 늘 조용히 우리 곁을 맴돈다. 그것은 소리치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며, 익숙하지도 않다. 그러나 겸손한 자만이 그 침묵 속에서 참된 소리를 듣는다. 스스로를 비우는 자리에 진실이 깃들며, 열린 마음 위에 진리가 내린다. 오늘도 달삼은 배운다. 편견을 걷고, 무지를 깨뜨리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