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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수필

사상계는 ㅡ 깨어 있는 정신의 놀이터

by 청람등불 2025. 4. 11.

 

 

 

 

 

 

 

 

 



생각하는 인간의 품격, 사상의 세계




                                      청람 김왕식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

생각 없이 빵만 먹다 보면, 결국 빵조차 빼앗긴다. 장준하 선생이 『사상계』를 만들며 외친 첫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제, 생각하자.”

시대는 침묵을 강요했고, 권력은 복종을 원했지만, 그는 고요한 죽음을 거부하고 뜨거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의 뿌리는 바로 ‘사상의 세계’에 있었다.

사상의 세계란 뭘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깨어 있는 정신의 놀이터’다. 그냥 생각만 굴리는 머리 운동장이 아니라, 생각한 것을 말하고,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마당이었다. 거기엔 철학이 있었고, 문학이 있었으며, 뜨거운 정의감과 차가운 현실인식이 공존했다. 『사상계』는 그런 마당을 펼쳐 보인 하나의 거대한 장이었다.

장준하에게 사상은 책 속 문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 속 발자국이자, 심장 박동이었다. 그는 사상을 ‘양심이 몸을 얻은 것’이라 여겼고, ‘행동이 뿌리 내린 사유’로 실천했다. 그래서 ‘사상의 세계’는 논리의 궁전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작업장이었다. 그의 글은 쉬웠고, 단단했다. 철학자처럼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때로는 한 문장이, 돌멩이처럼 세상을 흔들었다.

이 ‘사상의 세계’는 지금으로 치면 책방이자 방송국이며, 거리의 광장이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나 귀 기울여야 했던 곳. 농부도, 학생도, 지식인도 모두 이 세계의 주인이었다. 그곳에선 권력보다 진실이 힘이 있었고, 침묵보다 양심이 소중했다. 장준하는 『사상계』라는 이름으로 그 마당을 열었고, 그 위에 생각의 씨앗을 심었다.

 그 세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권력은 두려워했고, 진실은 탄압당했다. 『사상계』는 강제로 폐간되었고, 장준하는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가 꿈꾼 세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던진 질문은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
“당신은 지금, 생각하고 있는가?”
“당신의 생각은 말이 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말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장준하의 사상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그 생각 하나로, 그는 죽음을 무릅썼고, 불의 앞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 절실하다.

‘사상의 세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다시 써야 할 이야기다. 생각은 살아 있어야 하고, 말은 행동을 낳아야 하며, 양심은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장준하가 남긴 세계의 문법이다. 그리고 그 문장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 준비, 되었는가?”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