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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의 연금술
김왕식
숨결의 연금술
김왕식
어둠 속,
작은 숨결 하나.
보이지 않는 손이 와서
단맛을 빚고,
쓴맛을 건넨다.
발효는,
말 없는 존재들의 연대.
죽음을 품고도
생명을 다시 내는,
고요한 축제다.
포도당을 마신 이스트는
언어를 거품처럼 부풀리고,
술이라는 기억을 남긴다.
그 기억은,
식초가 되어
묘약이 된다.
한 방울의 변화 속에서
우주는 들썩이고,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도
사랑은,
조용히 피어난다.
균들이 부리는
이 마법 같은 연금술 속에서
우리도,
우리 밖의 세계도
서서히,
발효되고 있는지 모른다.
너와 나의 대화도,
오래 두면 술이 되고,
더 오래 두면
식초가 되어
진실을 정화한다.
세상은 지금,
하찮은 미생물의 숨결 속에서
철학 하나를,
고요히
건져 올리고 있다.
□
미생물의 발효과정을 인간의 삶과 세계 인식에 비유하여,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조차 변화와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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