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벚꽃
시인 신위식
애착이 아니라고
욕망이 아니라고
거짓은 더욱 아니라고
하얗게 터뜨리는 순수의 절정
지난날들을 꽃 속에 던지며
황홀 속에 나를 잃는다.
화사한 미소가 슬픈
아름다운 시간
떨어지는 꽃잎마저
너의 영광
그렇게 지는 꽃이고 싶다.
□
신위식 작가
충북 청주
사) 한국문인협회 파주지부 수석부회장
나라사랑문학 부회장
한국 신문예 자문위원
부천 e 뉴스 편집위원
탐미문학상, 월파문학상본상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신위식 시인의 '벚꽃'은 생의 절정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결국은 지는 운명으로 향해간다는 숙명을 담담하면서도 숭고하게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에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 인간의 감정과 정신세계가 함축되어 있으며, 특히 시인이 추구하는 순수미와 초월적 미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애착이 아니라고 / 욕망이 아니라고 / 거짓은 더욱 아니라고” 반복적 부정을 통해 벚꽃의 피어남이 결코 세속적 감정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 욕망의 흔적을 벗어난 순결한 경지, 즉 시인이 지향하는 ‘무욕의 미학’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하얗게 터뜨리는 순수의 절정”은 존재의 한순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순결한 상태를 상징하며, 이는 시인의 예술관이 지닌 절제된 정열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날들을 꽃 속에 던지며 / 황홀 속에 나를 잃는다”는 구절에서는 개인의 기억과 정서를 꽃의 이미지에 던져버림으로써 자아를 자연 속에 소멸시키는 미적 몰입이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자기 초월의 경지를 암시한다. 더불어 “화사한 미소가 슬픈 /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구절은 벚꽃의 찰나성과 그 속에 담긴 애틋한 정조를 형상화하며, 아름다움이 슬픔과 공존하는 ‘비극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떨어지는 꽃잎마저 / 너의 영광”이라는 구절은 존재의 끝마저 찬미하는 자세로, 시인이 삶의 종착점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 구절 “그렇게 지는 꽃이고 싶다”는 문장은 시인의 삶의 철학을 응축한 진술로,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 정갈하게 지고 싶은 의지를 담고 있다.
신위식 시인의 삶은 문단과 지역사회에 헌신하며 진정성 있는 문학의 길을 걸어온 노정이다. 그가 추구하는 문학은 표면적 감각의 자극이 아닌, 존재의 내밀한 진실을 응시하는 데 있다. 이 시는 그가 늘 강조하는 진정성, 순수성, 그리고 인간 본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의 미의식이 ‘고요한 극치’를 지향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ㅡ 청람
'청람과 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을 향한 연가 (0) | 2025.04.26 |
---|---|
낙화 ㅡ 시인 허태기 (0) | 2025.04.23 |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ㅡ 시인 허만길 (2) | 2025.04.23 |
사랑의 결 ㅡ 시인 변희자 (0) | 2025.04.23 |
달빛 고인 고향 ㅡ 시인 변희자 (1)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