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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달을 향한 연가

by 청람등불 2025. 4. 26.








                달을 향한 연가




                          시인 박철언




차오르는 마음 담아
그리움이 되었다가
사그라지는 마음 담아
외로움이 되었다가

스러져 가는 빛의 아픔에도
차오르는 빛의 설렘에도
그대 미소 닮은 그윽한 표정으로
매일 밤 따라오는 달

흐린 날씨나 바쁜 일정으로
널 놓친 밤도 있지만
언제나 꿈속까지
온화하게 떠오르는 너

윤기 잃은 삶 한가운데
어둠 속에서도
생기와 희망으로
고요히 빛나니

이미 축복이다
날마다 그리움이다





박철언 시인

시인, 수필가, 변호사
-법학박사 서울대법대졸
-한반도 복지통일재단 이사장
-전) 정무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  3선 국회의원
-대통령정책보좌관 검사장
-1995년《순수문학》등단

수상: 서포문학대상, 영랑문학대상, 순수문학대상, 시세계문학대상, 문학세계대상, 세계문학상대상, 김소월문학상 본상, 한국문학사를 빛낸 문인대상, 윤동주 문학상
저서: 제5시집 『오늘이 좋아』, 제6시집 『바람을 안는다』 외 11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철언 시인의 '달을 향한 연가'는 외적 경력과 내면의 성찰이 어우러진, 삶에 대한 진중한 고백이자 시적 기도다. 정치와 법, 그리고 치열한 사회의 중심에서 걸어온 이력에도, 그의 시는 욕망과 권력의 표면을 벗고 오히려 순수한 내면의 정갈함으로 다가온다. 달을 그리는 정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존재와 그리움, 회복과 소망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깊어진다.

‘차오르는 마음’과 ‘사그라지는 마음’이라는 시어는 인생의 부침을 닮았다.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번역된 감정은 단지 감상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가 겪는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라는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이는 늘 국가와 민생의 현장을 살아온 시인이기에 가능한 깊이이며, 스러지는 빛조차 품는 마음은 ‘정치인의 언어’가 아닌 ‘인간 박철언’의 언어로 다가온다.

그의 시에는 과장된 수사가 없다. “흐린 날씨나 바쁜 일정으로 널 놓친 밤도 있지만”이라는 구절처럼, 일상의 피로와 현실의 고단함을 있는 그대로 품는다. 그럼에도 ‘꿈속까지 온화하게 떠오르는 너’라는 표현은 삶의 위로를 달이라는 상징을 통해 온화하게 전하고 있다. 특히 “윤기 잃은 삶 한가운데”라는 표현은 시인의 연륜과 고독, 그럼에도 살아내는 의지와 고요한 구도의 자세를 엿보게 한다.

요컨대, 박철언 시인의 시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조차 ‘달’을 보고 노래하는 자의 태도다. 그것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생기를 찾아내는 미의식이며, 정치와 문학, 법과 인간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한 그의 철학의 발현이다. 달은 그에게 권위나 계몽의 빛이 아닌, ‘고요한 생기와 희망’으로 떠오르는 내면의 반영이며, 이 시편은 그 반사광처럼 독자의 마음을 은은히 밝히는 축복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