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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ㅡ 시인 허만길

by 청람등불 2025. 4. 23.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시인  허만길




외로워 못 견디도록 부르고 싶은
다정한 이름이 있다면
너는 너무도 행복한 사람임을 알라.

그 사람이
너의 가장 그리운 사람임을
그가 모른다 해도
불러 보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다정한 이름을
눈물겹도록 고이 간직하고 있다면
너는 아무리 어두운 세상에서도
너무도 행복한 사람임을 알라.

오늘 밤은 유난히
달이 밝고
별이 빛나도다.

지금 너의 마음이 텅 빈 듯이
아프고 쓸쓸하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나니,

너의 가장 다정한
한 사람의 이름을
달빛에 찾아보고
별빛에 새겨 보려무나.

오늘 밤만이 아니라,
먼 어느 날
너의 세월이 한없이 괴롭고 쓰릴지라도
그 이름 꿈속에서도
사뿐사뿐 친구가 되고
행복이 되고
감미로운 사랑이 되어 다가올지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만길 시인은 한평생 교단에서 사랑으로 제자를 길러낸 스승이자, 삶을 시로 빚어온 원로 시인이다. 그의 생의 8할이 교육과 사랑이었다면, 그의 시 또한 사랑으로 범벅된 언어의 연금술이다.

시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은 외로움과 그리움 속에서도 사람을 사람답게 지켜주는 고귀한 감정—‘사랑’과 ‘다정함’에 대한 미학적 고백이자,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결정체이다.

누구나 가슴에 한 사람쯤은 품고 산다. 불러보고 싶은 이름, 대답이 없어도 자꾸만 입에 맴도는 이름 하나. 허만길 시인은 그 부름을 축복이라 말한다. 응답보다 절실한 것은 그리움이며, 그리움이 품은 사랑은 이미 존재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불러 보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다정한 이름”이라는 구절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가장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 사랑의 진혼곡이며, 응답 없는 헌신조차 귀하게 여기는 시인의 마음 그 자체다.

다만 간직하고 있음으로,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도 행복한 사람”임을 자각하게 된다.

시의 후반부, “그 이름은 사뿐사뿐 친구가 되고 감미로운 사랑이 되어 다가온다”는 진술은 허 시인의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는 인간을 고통 속에서 구원하는 것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믿는다. 이 신념은 곧 그의 시의 기저를 이루는 정서이며, 시의 치유적 힘이다.

달빛과 별빛은 시인의 언어에서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빈자리를 비추는 따뜻한 등불이자, 가슴속 이름 하나를 품기에 더없이 고운 무대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는 시구는 상처 입은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부름이며, 아직 누군가를 부를 수 있는 사람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이다.

허만길 시인의 시는 말보다 고요하고, 고요 속에 사랑을 심는다. 단어 하나, 이름 하나에 생의 전부를 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시는 조용히 일깨운다.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은 단순한 사랑 시가 아니라, 인간의 가장 고요한 자리에 다녀온 시인의 내면 보고서이며, 존재의 외로움을 안아주는 단 하나의 ‘이름’에 바치는 노래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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