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결
시인 변희자
내 사랑은
냇물 속 조약돌
숲에 이는 바람
푸른 하늘 파랑새
대숲의 속삭임
한겨울 하이얀 함박눈
연둣빛 여린 새싹
빠알간 딸기
연분홍빛 솜사탕
자줏빛 코스모스
물안개 피는 강
나팔꽃의 웃음
이른 아침 새소리
은은히 번지는 달빛
찬란히 깨어나는 햇살
그 모든 것보다
내게 향한 너의 마음이
나와 닮았으면 좋겠어
흐트러짐 없이
너의 마음 깊은 곳에서
숨 쉬는 꽃이 되고 싶어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변희자 시인의 '사랑의 결'은 사랑을 향한 고요하고도 깊은 시선이 시 전체에 은은히 흐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소리 높여 외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은 자연의 속살처럼 다정하고 섬세하다. 작가는 사랑을 특정한 대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만나는 순결한 이미지들로 환원시키며 그 본질을 말한다. 냇물 속 조약돌처럼 말없이 함께하고, 바람처럼 다가와 머물며, 하늘을 나는 파랑새처럼 자유롭고 순결하게 사랑하고자 한다.
한겨울의 함박눈과 새싹, 딸기와 솜사탕, 코스모스에 이르기까지, 사계절을 거쳐가는 듯한 사랑의 빛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삶의 미학으로 승화된다. 시인은 사랑을 계절과 풍경, 소리와 향기, 빛과 그림자 속에 비유하며, 그 속에서 사랑의 결을 찾아낸다.
특히 마지막 연, ‘너의 마음 깊은 곳에서 숨 쉬는 꽃이 되고 싶다’는 표현은 사랑의 종착지를 ‘상대의 마음’으로 삼는다. 이는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자기완성에 가깝다.
작가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바라본다. 자연의 사물과 감각은 시인의 내면에서 솟아오른 삶의 감동과 아름다움의 은유이다.
이 시에서도 사랑은 육체적 욕망이 아니라, 존재의 결을 닮고 싶은 간절함이며, 깨끗하고 단단한 영혼의 교류이다. 이는 변희자 시인의 일관된 미의식—소박한 삶 속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고, 자연의 언어로 사랑을 말하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
요컨대, '사랑의 결'은 사랑의 시작이자 끝, 그 너머까지도 껴안고 있는 한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의 결을 보여주는 시다.
시인은 말한다.
‘사랑은, 닮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이미 시인의 마음 안에서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ㅡ 청람
'청람과 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화 ㅡ 시인 허태기 (0) | 2025.04.23 |
---|---|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ㅡ 시인 허만길 (2) | 2025.04.23 |
달빛 고인 고향 ㅡ 시인 변희자 (1) | 2025.04.19 |
천년의 잎 ㅡ 시인 소엽 박경숙 (0) | 2025.04.18 |
파랑새가 머문 마음 ㅡ 시인 변희자 (0) | 2025.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