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합니다.
  • '수필부문' 수상 등단, '평론부문' 수상 등단, '시부문' 수상 등단, 한국문학신문 공모 평론부문 대상 수상
청람과 시문학

어느 봄날의 완상玩賞 ㅡ 시인 박철언

by 청람등불 2025. 4. 9.


 

 

                 어느 봄날의 완상玩賞

 

 

 

 

                 시인 청민 박철언

 

 

 

 

봄눈은 꽃잎처럼 흩날리고

매화 벚꽃 목련꽃은 활짝

행인마다 제 각각인 산책길

허름한 찻집의 커피랑

헬스장의 운동이랑 목욕이랑

실비 맛집에서 옛 친구랑

묶임도 고임도 없는 일상

연초록 들판 흐르는 평화

바람도 마음의 뜨락에서

한참을 쉬어가는

이토록 평안한 봄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민 박철언 시인의 '어느 봄날의 완상玩賞'은 사계의 흐름 중 가장 평화로운 ‘봄날’을 배경으로 하여, 삶의 소소한 기쁨과 정서적 안정감을 그린 작품이다.

시인은 화려하거나 인위적인 미보다는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고요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통해, '살아 있음' 그 자체를 완상의 대상으로 삼는다.

 

첫 연에서 “봄눈은 꽃잎처럼 흩날리고”라는 구절은 현실의 눈과 이상화된 꽃잎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의 이치와 인간 감성의 조화를 암시한다.

 매화, 벚꽃, 목련꽃이 활짝 피는 장면은 단지 풍경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 감정의 개화와 일상의 정서적 충만함을 상징한다. 여기서 시인은 자연의 생명력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행인마다 제 각각인 산책길”은 각자의 삶이 고유한 노정임을 인정하는 시인의 관용적 세계관을 보여주며, 삶의 다채로움을 긍정하는 가치철학이 드러난다.

이어지는 찻집, 헬스장, 실비 맛집, 친구와의 만남 등은 일상을 구성하는 소소한 요소들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이글의 압권인 “묶임도 고임도 없는 일상”이라는 구절로 귀결되며, 자유롭고 평온한 삶에 대한 시인의 미적 지향을 암시한다. 그는 구속이나 체제보다 관계와 흐름 속에서의 조화를 중시한다.

 

“연초록 들판 흐르는 평화”는 시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생명과 평화의 이미지이며, 바람이 “마음의 뜨락에서 한참을 쉬어가는” 장면은 삶과 자연, 그리고 정신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완상의 경지를 드러낸다.

이는 물질과 속도를 우선시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자, 존재의 평화로움을 향한 작가의 내면적 성찰을 함축한다.

 

요컨대, 이 시는 단순한 계절 묘사를 넘어, 관계와 자유, 평화 속에 놓인 일상에 감사하는 시인의 철학과 미의식이 응축된 작품이다.

박철언은 봄날의 찬란함을 외치기보다, 그 속의 숨결을 느끼며 조용히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ㅡ 청람

 

'청람과 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승달 다리  (0) 2025.04.10
신체의 비밀  (0) 2025.04.09
벽면을 대하며 ㅡ 시인 백영호  (0) 2025.04.09
가슴에, 윤동주 한 사람  (0) 2025.04.09
분노와 절규 ㅡ 시인 이상엽  (0)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