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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꼬마리의 추억
시인 이상엽
가시 있어 몸에 착 달라붙는
도꼬마리 열매
실은 진짜 씨는 가시껍질 속의
2개의 씨이다
창이자라는 명칭의 도꼬마리 씨
제주생활 9년 동안
찰싹 붙어 성가시던
도꼬마리
나중에는 약성 있다 하여
채취했던 도꼬마리
몸에 붙어 성가신 도꼬마리도
차로 술로 애용된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는 듯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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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자 시인 이상엽은 병든 이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손끝에 시심을 담아낸다. 시 '도꼬마리의 추억'은 그의 이러한 따뜻한 인간관과 생명관이 투영된 작품이다. 도꼬마리는 흔히 불편하고 성가신 존재로 인식되지만, 시인은 그 속에서 치유의 가능성과 존재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가시 있어 몸에 착 달라붙는’ 도꼬마리 열매는 그 자체로 불편한 기억을 상기시키지만, 껍질 안의 ‘2개의 씨’는 생명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가시로 둘러싸인 껍질을 넘어 안쪽의 본질을 보려는 시인의 태도는 인간 존재와 삶을 대하는 섬세한 관조의 시선이다. 이는 곧, 외형의 거칠음이나 관계의 불편함 너머에 자리한 진실을 헤아리는 마음의 자세이기도 하다.
‘찰싹 붙어 성가시던’ 존재였던 도꼬마리가 ‘차로 술로 애용된다’는 역전의 과정은, 버려졌던 것들이 새롭게 의미를 획득하는 인생의 이치를 전한다. 한때 귀찮게 여겼던 것이 오히려 삶에 향기를 더해주는 존재로 변모하는 순간, 시는 삶의 반전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긍정의 철학을 노래한다.
마지막 행,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는 듯”은 이 시의 결론이자 이상엽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핵심적 가치관을 압축한다. 그의 시는 과장 없이 담백한 어조로 일상의 오브제를 조명하며, 그 속에 감춰진 존재의 의미를 끄집어낸다. 이 시는 단지 도꼬마리의 기억을 넘어, 인간과 사물, 관계와 시간 속에 잠재된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는 여정이다.
의사로서 병을 치료하고, 시인으로서 마음을 돌보는 이상엽의 시세계는 이처럼 ‘불편함마저 품을 줄 아는’ 미학 위에 서 있다. 소외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굴곡을 긍정하는 그의 시는 독자에게 따뜻한 성찰과 포용의 미덕을 건넨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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