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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감정의 임계점

by 청람등불 2025. 4. 8.







                감정의 임계점

 


                      시인 변희자






그런 것이었지

번개가 번쩍 솟아나고
천둥이 길게 울렸다

막힌 틈을 비집고
마그마가 끓어올랐다

땅이 흔들리고
물러설 곳이 없었다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나는 흔들렸다

참고 또 참았지만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

아니기를 바랐지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의 시 '감정의 임계점'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분출된 감정의 마그마가 언어라는 화산을 통해 터져 나온 순간을 담고 있다.
시인은 ‘번개’와 ‘천둥’, ‘마그마’, ‘흔들림’, ‘파도’, ‘비’ 같은 자연의 격정적 이미지를 통해 감정의 극한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단지 일시적인 감정의 파장이 아니라, 한 존재를 향한 지속적이고 깊은 사랑의 울림이다.

시인은 억누르던 마음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리는 '하염없는 비'로 그것을 은유한다. 자연현상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내면 감정의 정확한 투영이 된다.
시의 마지막 행 "아니기를 바랐지만"은 모든 격정의 흐름이 사실은 피하고 싶었던 진실, 즉 사랑임을 은연중에 고백하는 장치다. 감정이 폭발하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 시인은 외면할 수 없는 진심과 마주하게 된다.

변희자 시의 핵심은 ‘진실함’과 ‘절제’ 속의 ‘격정’이다. 시인은 삶과 사랑을 대함에 있어 솔직하고, 자연의 이치를 빌려 인간의 감정마저 자연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는 미의식을 갖는다.
그의 철학은 감정이란 억누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삶 속에 내재된 가장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는 데 있다. 아름다움은 꾸며진 언어가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된다는 태도는 이 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요컨대, 변희자 시인의 시는 격정의 정점을 찍는 순간에도 절제와 고요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마치 깊은 밤,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도 그 빛이 잠시 머무는 것처럼.
이 시는 감정의 심연을 통과해 도달한 순도 높은 사랑의 언어이며, 그 안에는 삶을 진지하게 응시해 온 시인의 고백이 깃들어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