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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과 시문학

나만의 시집

by 청람등불 2025. 4. 8.








  
                      나만의 시집




                           청강 허태기




하늘과 땅 열어
시집 펼치면

해와 달
산과 강, 별과 숲
꽃과 나무는 시를 쓰고

바람과 물
새들은
시를 읊는다

텅 빈 마음
시집 속에 들어서면
이슬 맺힌 시향
영혼을 맑힌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가 참 예쁘다.
소녀의 감성이다.
청강 허태기 시인의 '나만의 시집'은 자연 전체를 한 권의 시집으로 인식하고, 그 시집을 통해 삶의 본질과 아름다움에 접근하려는 시인의 철학과 미의식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 그 자체가 시가 되는 존재라는 신념을 담고 있다. 이는 시인의 내면에서 우러난 세계관, 곧 삶의 가치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깨달아진다는 통찰을 전제로 한다.

1연에서 "하늘과 땅 열어 / 시집 펼치면"은 우주적 차원을 한 권의 책처럼 여는 상상력을 통해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는 감각을 드러낸다. 시집은 인쇄된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임을 말하며, 삶을 문학화하는 시인의 태도를 보여준다.
2연에서 해, 달, 산, 강, 별, 숲, 꽃, 나무 등 만물은 직접 ‘시를 쓰는’ 존재로 묘사되며, 인간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자연에 내재된 언어와 숨결을 경청하는 미의식이 느껴진다.
3연에서 바람, 물, 새들이 ‘시를 읊는다’는 구절은 시를 말하는 주체가 인간이 아님을 강조하며, 자연의 소리는 곧 시요, 그것을 받아들이는 귀는 영혼의 창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텅 빈 마음’이 ‘시집 속에 들어서면’ 맑아진다고 한다. 이는 시인의 미학이 정적인 독서가 아닌, 자연과 하나 되는 실존적 체험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슬 맺힌 시향’은 감각과 영혼이 만나는 지점을 상징하며, 정화의 미학, 곧 시를 통한 영혼의 정화가 시인의 시세계 핵심임을 드러낸다.

요컨대, 이 시를 통해 청강 허태기 시인은 삶의 진실은 자연과 시가 일체가 된 순간에 깃든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시를 ‘자연의 소리’를 담는 그릇으로 본다. 이는 물질 중심의 가치에서 벗어나 자연의 생명성과 내면의 순수를 중시하는 생태적·영적 가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청강 시인의 미의식은 자연의 언어와 질서에 귀 기울이며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그것을 시로 번역하는 일에 있으며, 그 자체가 곧 삶의 본질과 연결된다고 믿는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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