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3 하늘의 시인에게 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하늘의 시인에게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김왕식그대는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짐 하나 지고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길을 걸었다한 장의 입춘대길도그대 손에 들리면 시가 되었고굴러온 돌멩이 하나조차그대 눈에 닿으면 별이 되었다세상의 끝자락에서그대는 스스로를 ‘한평생 소풍 온 아이’라 불렀지만그 말속엔고통을 껴안은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웃음이 있었다가난했으나 비굴하지 않았고미쳤다 했으나 누구보다 맑았으며버려졌으나 누구보다 귀히 여겼다살아 있음의 모든 흔적을이제 그대는 하늘에 들었고하늘은 다시 시가 되었다당신이 남긴 한 줄의 시가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붙든다그러니 이제 안심하소서슬리퍼 벗어 구름 위에 두시고잠시 그곳 평상에 누우시길이승의 바람, 아직도 그대를 그리워하오니ㅡ 청람 2025. 4. 8.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그대 발끝에 봄이 지더이다―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김왕식그대 가는 길목마다한 시대의 심장이 누웠다붉은 숨결로 피어난 진달래는사랑이 아닌 이별로 스러졌다그대는 침묵으로 시를 키우고나는 그 침묵을 노래로 불렀다바람은 아직도 그 구절을 더듬고산자락마다 그리움이 걸터앉는다누가 알았을까꽃잎 하나가 눈물 한 생이 될 줄을그리움의 뿌리는 땅보다 깊고이별은 피보다 붉다오늘도 나는그대의 언어로 봄을 견디며한 줄기 시를 꺾어 가슴에 꽂는다그대여, 그 발끝에 지던 봄이아직, 여기에 머문다ㅡ 청람 2025. 4. 8. 시루본 ㅡ 시인ㆍ평론가 이오장 ■ *시루본 시인ㆍ평론가 이오장하늘과 땅은 꽃이지구와 달은 별이 나누는데사람과 사람은 하나함께 숨 쉬며 한 숨결로 통한다당신은 숨 쉬는가옆 사람 숨소리 들리지 않는다면고개 돌려 귀를 열어라혼자만의 숨결에는 생명이 없다떡시루와 가마솥 사이의 틈지게와 작대기의 틈삶은 콩과 지푸라기의 틈그런 사이는 무엇으로 막을 수 있지만그대가 벌린 틈은 막을 수 없다오직 받아들이는 마음의 문 열고뜨거운 숨결을 나눠라이웃과의 벽을 허물고경쟁자 사이의 틈을 확인하라벌어진 거리는 더 멀어지고멀어진 사이에 된바람 불어그대의 삶은 허물어진다* 시루본 ㅡ '시룻번'의 비표준어 □이오장 시인 약력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한국현대시인.. 2025. 4.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