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시2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시는돌멩이 하나, 강물에 던져본 일반드시 파문이 번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천상병은 구름을 주워 담았고이상은 꿈의 골목을 걸었으며서정주는 바람의 무릎에 귀를 댔다그들은큰 뜻 없이 쓴 듯,그러나 그 잉크는 별처럼 빛났다시는 연필심 같다쉽게 부러지지만잠깐의 어둠을 남긴다유명세란비 오는 날 대문에 걸린 현수막젖으면 지워지고, 바람 불면 찢긴다무명작가의 시도빛나지 않아도돌 속에 감춰진 금맥처럼 깊다종이 위에 눌러앉은 그 문장들하얀 눈 위에 남은 짐승의 발자국처럼잠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다시는 결국하루의 그림자를 모아가만히 접어두는 일이다ㅡ 청람 2025. 4. 10. 하늘의 시인에게 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하늘의 시인에게ㅡ천상병 시인께 바칩니다 김왕식그대는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짐 하나 지고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길을 걸었다한 장의 입춘대길도그대 손에 들리면 시가 되었고굴러온 돌멩이 하나조차그대 눈에 닿으면 별이 되었다세상의 끝자락에서그대는 스스로를 ‘한평생 소풍 온 아이’라 불렀지만그 말속엔고통을 껴안은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웃음이 있었다가난했으나 비굴하지 않았고미쳤다 했으나 누구보다 맑았으며버려졌으나 누구보다 귀히 여겼다살아 있음의 모든 흔적을이제 그대는 하늘에 들었고하늘은 다시 시가 되었다당신이 남긴 한 줄의 시가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붙든다그러니 이제 안심하소서슬리퍼 벗어 구름 위에 두시고잠시 그곳 평상에 누우시길이승의 바람, 아직도 그대를 그리워하오니ㅡ 청람 2025. 4.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