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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가 머문 마음
시인 변희자
접어 두었던 마음 위에
햇살이 스며들었어
말없이 눈빛만으로 건네오던 다정함
기적 같은 따뜻함이
나에게 온 거야
계절은 나를 안았고
얼음장이 쨍하더니
굳었던 마음이 녹았어
햇살 같은 그 마음 따라
영롱하게 괜찮아진 나
구름 걷힌 파란 하늘에
파랑새가 날아올랐어
■
다정함으로 피어난 내면의 기적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요즘 변희자 시인의 가슴에는 분명, 가슴 적시는 사랑이 있다.
사랑의 연가가 계속된다.
이번 시 '파랑새가 머문 마음'은 한 편의 조용한 연가이자, 가슴 밑바닥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자아 회복의 서사다. 시인은 감정을 쏟아내는 대신, 고요한 결을 따라 사랑이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한다. 언젠가 접어두었던 마음 한 귀퉁이에, 말없이 내려앉은 햇살 한 줌이 따뜻한 계절로 번지는 풍경—이 시는 그 찰나의 변화를 노래한다.
‘접어두었던 마음 위에 햇살이 스며들었어’라는 첫 행은 감정의 복원력을 은유적으로 펼쳐 보인다. 햇살처럼 조심스레 다가온 다정함, 말보다 깊은 눈빛 하나가 사람의 삶을 어떻게 새롭게 적실 수 있는지, 시인은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다. 사랑은 요란한 고백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마음을 데우는 침묵의 손길이라는 것을, 시인은 스스로 체험하고 기록한다.
‘계절은 나를 안았고’라는 구절은 사랑과 자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순환의 질서로 풀어내는 시인의 철학을 드러낸다. 누군가의 온기로 인해 ‘괜찮아진 나’가 되는 변화, 그것은 사랑이 만들어내는 가장 인간적인 치유이며, 동시에 삶의 가장 깊은 은총이다.
마지막 구절, ‘파랑새가 날아올랐어’는 단지 기쁨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의 회복 이후에 찾아온 내면의 자유, 누군가의 존재 덕분에 삶이 다시 날갯짓하는 기적의 상징이다. 파랑새는 타인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 안에서 길러낸 따뜻함 위에 내려앉는다는 진실을 시인은 속삭인다.
변희자 시인의 사랑은 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시는 누군가가 내민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전 생을 감싸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다. 다정함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 사랑의 본질임을 새기듯, 시인은 한 사람의 존재가 또 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물들일 수 있는지, 그 위대한 사소함을 시로 빚어낸다.
이 시는 결국, 사람으로 인해 사람에게 꽃피는 순간의 기록이며, 그리움과 따뜻함으로 직조된 시인의 고백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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