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흔적1 신발 한 켤레의 인사 ■ 신발 한 켤레의 인사 현관 앞, 오래된 운동화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낡고 조금 찢어진 발등, 그러나 단정히 묶인 끈. 말 대신 하루를 증명하던 자세였다.그 신발은 아버지의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집 안에서만 신던 그것을 아버지는 늘 문 앞에 나란히 놓으셨다. 마당 한 바퀴를 돌더라도 꼭 그 신발을 신으셨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하루는 늘 시작이었고, 시작에는 인사가 담겼다.신발을 바라보다 떠오른 생각—하루는 얼마나 멀리 가는가 보다 어디를 향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 아버지의 걸음은 짧았지만, 언제나 돌아올 길을 향해 있었다. 신발의 방향은 말 없는 다정함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그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병원에 계셨.. 2025. 4. 14. 이전 1 다음